유족들 고립시키고 감시
집회장에 ‘차벽·’ 시민 추모모임 진압
“외부세력 개입” 루머까지 판쳐
박대통령은 “경제 어려운데…” 압박
파업했던 쌍용차 노동자들 “기시감”
집회장에 ‘차벽·’ 시민 추모모임 진압
“외부세력 개입” 루머까지 판쳐
박대통령은 “경제 어려운데…” 압박
파업했던 쌍용차 노동자들 “기시감”
“정부는 우리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은 우리를 지지하러 온 시민들을 사찰하고 기소했습니다. 집회나 농성에는 이를 진압하기 위한 공권력이 어김없이 동원됐습니다. 그런데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해서도 똑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요.”
2009년 77일에 걸친 장기파업농성을 한 쌍용차 노동자들은 세월호 사건에 ‘대응’하는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모습에서 기시감을 느낀다고 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은 2일 “정부가 공안사건 대응 매뉴얼대로 유가족들을 대하는 것처럼 보인다. 쌍용차 파업 당시에도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는 식의 루머가 판을 쳤다. 그러다가 ‘이제는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한 역할을 전혀 하지 않은 채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도 비슷하다”고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노숙농성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고자세와 무시로 ‘고립’시킨 뒤 민생과 경제를 앞세워 유가족들을 ‘압박’하고, 유가족들과 연대하려는 시민들을 공권력을 동원해 사찰·연행하는 장면은 쌍용차와 한진중공업 등 대형 사업장에서 벌어진 장기파업을 ‘진압’할 때 익숙하게 봐온 장면들이다.
이를 두고 사회적 합의보다 정권의 유불리를 먼저 따지는 데 익숙한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사안을 자신들의 ‘전공’인 공안사건으로 ‘치환’해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는 “세월호 문제는 전혀 이념적인 문제가 아닌데도 정부와 여당은 외부세력이 있다는 식의 진영논리를 들이대면서 본질을 흐리고 있다. 특히 사태 해결의 키를 쥔 청와대가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 새누리당 일각에서 나오던 전향적 목소리도 쑥 들어가 버렸다”고 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정통 공안검사’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상황을 컨트롤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요구에 대응하는 당·정·청의 역할 분담은 마치 공안사건의 그것처럼 전개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경찰의 미행과 사찰, 유가족을 돕는 이들에 대한 정보기관의 사찰 의혹은 공안기관들이 파업과 세월호 사건을 동일선상에 놓고 대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족들과 연대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을 차벽으로 둘러싸고 강제해산·연행하는 것도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에서 반복된 장면이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쌍용차 국정조사’를 약속했다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모습은 아무 성과 없이 끝난 세월호 국정조사와 겹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경제가 어렵고 힘들다. 서로 나눔과 양보로 사회의 분열을 막자”고 강조했다. 앞서 1일 박 대통령은 “노사 상생”을 통한 경제 살리기만을 강조했다. 유가족들은 특별법 제정 요구를 공안사건 다루듯 하는 당·정·청의 행태에 절망을 느낀다고 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기존 방식대로 마치 공안몰이하듯 대응하면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조성대 한신대 교수는 “이미 정쟁 프레임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월호 논란으로 인한 사회적 분열은 결국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 주변의 ‘공안 마인드’로 접근할 게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사회 통합’ 측면에서 세월호 문제에 직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송호균 김규남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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