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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중처벌 논란 ‘보호 감호’, ‘보호 수용’ 이름 바꿔 부활하나

등록 2014-09-03 20:21수정 2014-09-04 10:57

법무부 입법예고…폐지 9년만에
대상 줄여 살인·성폭력범죄 한정
형기 뒤 최장 7년까지 격리 가능

가출소 심사 등 일부 변화 줬지만
인권 침해 ‘위헌 시비’ 재연 불가피
형기를 마친 아동성폭력범·상습성폭력범·연쇄살인범을 최장 7년간 다시 사회와 격리시키는 ‘보호수용제’의 도입이 추진된다. 수많은 부작용과 논란 끝에 2005년 폐지된 보호감호제를 개선했다지만, 기본 틀은 그대로라 위헌성 시비가 불가피해 보인다.

법무부가 3일 입법예고한 보호수용법 안을 보면, 살인죄를 2회 이상 저지르거나 성폭력범죄를 3회 이상 저지른 사람, 13살 미만자에게 성폭력을 가해 사망하게 하거나 중상해를 입힌 사람은 보호수용 대상이 된다. 절도범과 사기범 등에도 적용되던 보호감호제보다 대상은 축소됐다. 보호수용 집행 6개월 전에 필요성 여부를 법원이 재판단하고, 6개월마다 가출소 심사를 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보호감호소가 교도소처럼 운영돼 논란을 빚은 점을 고려해 보호수용은 기존 수형시설은 쓰지 않기로 했다. 횟수 제한 없이 접견이나 편지 교환을 할 수 있고, 전화 통화도 가능하다. 최대 48시간까지 연간 두 차례 휴가를 주는 내용도 들어 있다. 법무부는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작업을 하는 수용자에게는 최저임금 이상의 월급도 지급해 사회 복귀를 도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실형을 살고 나온 흉악범이 다시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어 보호수용 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보호수용은 처벌이 아니라 보안처분의 일종이라고 했다. 정희원 법무부 보호법제과장은 “출소 뒤 전자발찌를 차고 재범을 저지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형기를 마친 이들을 재수감해 사실상 이중처벌을 가한다는 점에서 보호감호제와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헌법이 규정한 이중처벌 금지와 과잉금지 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 보호감호제는 전두환 정권 때인 1980년 도입됐다가 2005년 폐지될 때까지 대표적 인권침해 제도로 꼽혀왔다. 청송보호감호소에서는 교도관들의 가혹행위, 재소자의 자살과 타살 등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당시 한나라당까지 폐지에 동참했는데, 이런 역사적 맥락을 무시하고 9년 만에 부활을 시도하는 셈이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무리 이름을 바꾸고 대상자를 제한했다고 해도 형기를 마친 사람을 격리수용한다는 점에서 보호감호와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재범 우려가 큰 일부 흉악범에 국한한다지만 전자발찌처럼 적용 대상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혜정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법에 누범·상습범 가중처벌 규정이 있고, 형량을 정할 때 재범 위험성을 평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호수용제에서도 재범 위험성을 평가하면 이중처벌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범 위험성을 어떻게 평가할지도 논란거리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최장 7년까지 신체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는데, 재범 위험성을 평가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도구가 있는지 의문이다. 아동성폭력 범죄 등 사회적 비난이 큰 사건의 경우 여론을 의식해 재범 위험성을 쉽게 인정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정부는 형량 상향 등 강력범죄에 대한 강도 높은 대응을 잇따라 추진해왔다. 성폭력범 신상공개나 전자발찌 부착도 이중처벌 논란이 있었지만 재범 방지와 ‘일부 흉악범에 국한하겠다’는 취지를 앞세워 도입을 강행했다. 보호수용제도 박근혜 대통령의 ‘일벌백계’ 기조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의 효과나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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