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미국 뉴욕 맨해튼 <뉴욕 타임스> 본사 앞에서 ‘세월호를 잊지 않는 사람들’이 ‘세월호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미씨 유에스에이의 광고가 실린 <뉴욕 타임스>를 펴놓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000만명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NYT 광고 진행팀’ 이메일 인터뷰
‘미씨 USA’ 회원 워킹맘 4명 주도
“세월호 참사 보며 한국정치에 분노
우릴 ‘종북 빨갱이’로 몰아 놀라”
‘미씨 USA’ 회원 워킹맘 4명 주도
“세월호 참사 보며 한국정치에 분노
우릴 ‘종북 빨갱이’로 몰아 놀라”
미국 <뉴욕 타임스>에 세월호 침몰의 진실을 고발하는 광고가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나 실린 데는 평범한 재미동포 여성 4명의 숨은 공이 있었다. 이들은 미주지역 여성 생활정보 사이트인 ‘미씨 유에스에이’에서 광고를 통해 세월호 침몰의 진실과 한국 정부의 무능을 알리자는 한 회원의 글이 폭발적인 호응을 얻자, 자발적으로 모인 회원들이다. 이들에겐 ‘뉴욕타임스 광고 진행팀’이란 이름이 붙었다. 사이트에서 ‘진행자’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30대 여성 회원이 최근 <한겨레>의 인터뷰 요청에 이메일로 답을 보내왔다.
진행자는 “광고의 주체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고 슬퍼하는 수천명의 사람들이지 우리가 아니기 때문에 신분이 노출되면 광고 주체가 흐려질 것이란 판단에서 얼굴도 이름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 1.5세대라는 그는 ‘평범한 워킹맘’이라고 소개했다. 진행팀의 다른 3명도 직장에 다니고 아이들을 키우는 주부라고 말했다. 신문사와 연락을 담당했다는 그는 “한 명은 디자인 전공으로 광고의 그래픽을 담당했고, 한 명은 자금관리, 또 한 명은 광고 카피를 맡았다”고 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는 이들은 채팅을 통해 의견을 조율한다.
그는 1차 광고 때 모금에 참여한 사람은 4천명, 2차 광고 때는 1500명이 넘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 정치나 사회에 관심이 별로 없다가 세월호에 탄 수백명의 아이들이 죽어가는 장면을 보고 놀라서 참여한 동포들이 대부분이고 광고 진행팀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알게 된, 한국 사회에 너무나도 난무하는 부정부패와 후퇴한 민주주의, 제구실 못하는 언론에 대해 많은 동포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침통해했다. 그래서 광고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진행팀은 자신들을 ‘종북 빨갱이’로 모는 행태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 미국에 산 지 오래된 까닭에 종북 빨갱이라는 단어조차 처음에는 생소했다”며 “한국에서는 정부를 비판하면 종북 빨갱이로 몰려서 큰 소리를 못 낸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우리를 그렇게 매도하는 게 솔직히 웃겼고, 이런 비논리적 전술이 한국에서는 먹힌다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표류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국민 여러분은 모두 잠재적인 세월호 탑승객”이라며 “세월호 특별법은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아내고 안전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일어나서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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