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을 돕는 자원봉사자 백순혁씨가 2일 오후 쓰레기를 실은 손수레를 끌고 가고 있다.
[팽목항 르포] 팽목항 자원봉사 동행기
상황실·구조본부·시신검안소 등
쓰레기봉투 들고 도는 데 1시간
남은 봉사자 하루 30명 안팎
CJ선 140일째 배식봉사 해와
실종자 가족들 “추석엔 집에 가라”
자원봉사자는 “나라도 남아야…”
상황실·구조본부·시신검안소 등
쓰레기봉투 들고 도는 데 1시간
남은 봉사자 하루 30명 안팎
CJ선 140일째 배식봉사 해와
실종자 가족들 “추석엔 집에 가라”
자원봉사자는 “나라도 남아야…”
“잘됐네요. 손수레 밀 사람이 없었는데. 봉투 들고 따라오세요.”
2일 오후 백순혁(33)씨가 파란색 쓰레기봉투를 실은 노란 손수레를 밀고 앞장섰다. 백씨는 진도 팽목항 주차장에 마련된 세월호 실종자 가족 지원시설에서 자원봉사자들을 관리한다. 전남교회연합회에서 나온 50대 여성 봉사자 2명과 기자가 밀짚모자에 초록색 봉사자 조끼와 우비를 겹쳐 입고 그를 따라 나섰다.
전력공급센터, 가족지원상황실, 119구조본부, 심리지원센터, 구호물품지원센터, 현장응급의료소, 해경상황실을 차례로 돌며 쓰레기를 모았다. 시신검안소 쓰레기도 치웠다. 주검 발견 소식이 끊긴 지 이미 오래다. 시신검안소 컨테이너에는 ‘편히 계십시오. 곧 사랑하는 가족들 품으로 돌아갈 것입니다’라는 글귀가 걸려 있었다.
이렇게 한 바퀴를 도는 데 1시간 정도가 걸렸다. 50ℓ짜리 쓰레기봉투 5~6개가 쌓였다. 백씨는 “최근엔 봉사자도 없고 해서 캔과 페트병만 분류해 처리한다. 쓰레기 양도 줄어서 하루에 2~3차례 돌던 것을 요즘에는 한 차례만 수거한다”고 했다.
백씨는 자신의 생일인 7월5일까지 딱 사흘만 팽목항에 머물 생각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벌써 두 달째다. “사고 초기에 못 와서, 마음의 빚을 갚는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동안 백씨의 일은 배식에서 시작해 세탁물 관리, 자원봉사자 관리 등으로 하나씩 늘었다. 봉사자가 줄어든 탓이다. 그는 “태풍이 한 번 지나가면 봉사자들과 천막들이 절반씩 사라지곤 했다”고 했다.
이날 팽목항에서 일손을 돕는 자원봉사자는 대여섯명 정도, 진도 실내체육관의 봉사자까지 합하면 30명 안팎이다. 백씨처럼 몇 달씩 머무는 장기 봉사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나머지는 봉사단체 등에서 하루나 이틀씩 단체로 나온 이들이다. 기업 중에는 씨제이(CJ)가 사고 다음날인 4월17일부터 계열사 직원들을 보내 140일째 배식 봉사를 계속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봉사자들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추석 명절 동안 집에 돌아가시라”고 했지만, 백씨는 “연휴가 지나면 자원봉사자나 지원이 더 줄어 들 수 있다. 누군가 남아야 한다면 내가 남겠다”고 했다.
진도/글·사진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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