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운데)가 2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정당활동 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 2차 변론에 방청을 위해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뒷줄 왼쪽은 김재연 의원. 이 대표 오른쪽은 오병윤 원내대표.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법무부, 진보당 해산심판에 제출
정부 실정·굴욕 외교 등은 도외시
진보당쪽 “‘종북’으로 진보세력 억제”
정부 실정·굴욕 외교 등은 도외시
진보당쪽 “‘종북’으로 진보세력 억제”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과정에서 법무부가 광우병 촛불시위 등 진보 진영의 활동을 북한과 관련짓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낸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법무부는 2012년 총선 당시 야권연대까지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29일 제출한 ‘통일전선전술에 따른 반미자주 대중투쟁’이라는 제목의 준비서면에서 진보 진영의 주요 활동에 북한의 대남혁명론이 스며들었다고 밝혔다. ‘매향리 미군 폭격장 반대’(2000년),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2002년), ‘평택 미군기지 저지’(2005~2006년),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2005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2006~2007년), ‘광우병 촛불시위’(2008년), ‘반엠비(MB) 투쟁’(2008~2009년), ‘제주 해군기지 이전 반대’(2011년)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법무부는 이런 활동에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인 ‘한국사회변혁운동론’을 따르는 진보당 인사들이 적극 나섰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준비서면에서 “북한은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다양한 수단으로 ‘반미자주’ 투쟁 전선을 만들고 중간층을 결집해 보수층을 고립시키려는 대남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특히 북한은 1990년대 이후 정당을 통한 혁명 전략을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법무부는 이런 판단의 근거로 북한 쪽 조직의 논평과 진보당 회의록, 북한 쪽이 민주노동당(진보당 전신)에 침투한 간첩 조직이라는 ‘왕재산’에 보냈다는 지령 등을 들었다. 북한이 “각계 민중은 매향리 사건이 보여준 피의 교훈을 잊지 말고 반미투쟁에 떨쳐나가야 한다”(한국민족민주전선 대변인), “주한미군이 이 땅을 강점하고 있는 이상 제2의 매향리 사태는 끊임없이 이어질 것”(반제민족민주전선 대변인)이라는 등의 성명서를 냈다는 것이다. 또 “미군 철수와 같은 전략적 구호를 일관되게 견지”, “2008년 촛불투쟁, 현재의 중동 반정부민중운동(재스민혁명) 경험과 교훈을 분석하고 긍정적인 요소들을 활용”이라는 지령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무부는 대중적 저항의 근본 원인과 동력인 정부의 실정과 사대외교,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등은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매향리 사건은 폭격으로 큰 고통을 당한 주민들이 사격장 폐쇄를 요구한 것이고, 효순·미선이 사건에서도 여중생들의 억울한 희생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바탕에 있었다. 광우병 촛불집회도 국민의 건강권을 뒷전으로 미룬 듯한 정부의 굴욕적 태도가 도화선이 됐다. 당시 대검 공안부장이던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27차례나 집회 현장을 찾은 뒤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봐야 한다’며 강경 대응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무부는 진보당이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따라 ‘의회투쟁’과 ‘대중투쟁’을 유기적으로 병행하는데, 2012년 총선 야권연대도 이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무부 정당해산 심판 티에프(TF)의 정점식 팀장은 “진보당 내부 구성원들은 북한보다 더 북한스러운 관점으로 변혁운동을 하고 있다”며 “진보 진영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비치지 않도록 공개변론에서 취지를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진보당 변호인단의 김선수 변호사는 “법무부는 정책에 대한 건설적 비판이나 진보 진영의 자연스런 움직임까지 모두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종북 프레임으로 비판 세력의 발언권조차 박탈하려는 시각”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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