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29일 대전지방경찰청 기자실에서 공개된 일본 대마도 도난 불상 2점. 문화재청 관계자가 통일신라시대의 동조여래입상(왼쪽·일본 중요문화재)을 조심스럽게 만지며 살펴보고 있다. 오른쪽 큰 불상은 충남 서산 부석사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고려시대의 금동관음보살좌상(나가사키현 지정문화재)이다.
대전/연합뉴스
내달중 조사위원회 발족
일본 반출 경위 캐기로
1965년 한일협정 이래 3번째
한-일 반환공방 분기점
일본 반출 경위 캐기로
1965년 한일협정 이래 3번째
한-일 반환공방 분기점
2012년 10월 도난범들이 일본 대마도에서 훔쳐 국내로 들여왔다가 압수된 고려·신라 불상 2점의 일본 반출 경위 등을 밝혀내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사위원회가 이르면 내달 중에 꾸려진다.
문화재청은 지난 3일 검찰로부터 압수된 고려시대의 부석사금동관음보살좌상과 통일신라 동조여래입상의 반출 경위와 세부 정보 등을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았으며, 불교미술사학자와 보존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내달중에 발족시킬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반환 논란이 벌어진 문화유산들에 대해 정부 차원의 조사위원회가 꾸려지는 것은 1965년 한일협정의 문화재반환 교섭과 2010~11년 일본 궁내청 소장 의궤·고문서의 반환(인도) 협상에 이어 세번째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도난 불상이 공개된 직후부터 세부 조사가 필요하다는 학계 의견이 많았지만, 관리권을 가진 법원과 검찰의 허가가 나오지 않아 미뤄왔던 것”이라며 “조사위에서는 도난 불상들의 일본 반출 경위에 우선 초점을 맞추되, 불상의 세부 정보는 물론 학계 일각에서 제기했던 고려관음보살좌상이 부석사불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검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석사금동관음보살좌상의 경우 고려시대에 조성된 이래 상당 부분 보존을 위해 수리한 흔적이 남아있다. 문화재청은 이를 감안해 보존과학전문가와 함께 불상의 재질과 과거의 수리 흔적에 대한 정밀 분석 작업을 벌여 일본으로 반출된 구체적인 시기 등을 추적하겠다는 계획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조사 기한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조사 결과를 사법당국에 통보할 때까지는 활동이 지속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사위원으로는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와 최성은 덕성여대 교수 등 고려시대 불교미술사 전공자와 보존전문가, 문화재청 산하 문화재감정관 등 6~7명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조사 범위에 대해 문화재청은 학계 의견과 검찰 입장을 감안해서 정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문화재청 안전기준과의 김동대 사무관은 “검찰이 요청한 조사 목록을 중심으로 검찰과 협의하면서 조사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위 구성은 한-일간의 대마도 불상 반환 공방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법원은 부석사 관음보살좌상의 반출 경위가 판명될 때까지 일본에 돌려줄 수 없다는 ‘반환 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조사위 구성은 두 불상의 일본 반출 경위를 밝혀내기 위한 국가 차원의 공식 조사가 시작됐다는 의미를 지닌다. 도난당한 불상 2점은 지난 1월 법원에서 혐의가 확정돼 몰수 판결이 내려졌고 8월 검찰이 판결을 집행했지만, 불상의 조성시대와 기본 양식 등의 일차 정보만 파악된 상태로, 전문가들의 정밀 분석은 이뤄지지 않았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자비로운 얼굴을 한 통일신라시대 동조여래입상(왼쪽)과 고려시대 관세음보살좌상.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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