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효상 이로재 대표가 1일 서울 동숭동 사옥에서 서울시의 향후 도시건축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인터뷰/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로 내정된 승효상씨
건축가 승효상(62)씨가 서울시의 초대 ‘총괄 건축가’(시티 아키텍트)로 내정됐다고 서울시가 10일 밝혔다. 총괄 건축가는 서울시의 도시정책과 건축문화, 공공 공간 조성 등 도시계획 전반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조언해주는 자리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서울시의 도시정책에는 승효상씨의 건축 철학이 짙게 묻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에게 건축은 예술이 아니다. 승씨는 “개인 건물도 건축으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개인 사유물이 아니다. 건축의 최고 덕목은 공공적 가치”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 중 하나인 서울 장충동의 ‘웰콤시티’가 대표적인 사례다. 애초 6개 필지를 합쳐 거대한 건물 하나를 지어달라는 건축주를 설득해 서로 연결된 4개의 건물로 설계했다. 필지를 최대한 살리고, 주변과의 조화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한겨레>는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골목의 설계사무소 이로재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이로재의 대표를 맡고 있다. 승씨는 필지를 통폐합하지 말고, 역사가 담긴 길을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시 에스에이치(SH)공사가 추진 중인 종묘 앞 세운4구역 개발계획에 대해서는 “가진 권한을 다 동원해서 막겠다”고 했다. 다음은 승씨와의 일문일답.
-총괄 건축가는 어떤 자리인가?
“지금까지 서울시의 건축과 도시정책은 각 부서별로 산재해 있었다. 총괄하는 사람이 시장밖에 없는데, 시장은 전문가가 아니다. 또 각 부서들끼리는 서로 협조가 안돼 일관된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 시민이 즐겨 찾는 서울의 한 공공 공간을 예로 들면, 그곳에 대한 담당자는 건축·토목·도로·지하철 담당 등으로 분리돼 있다. 같은 곳을 상수도 때문에 파헤친 뒤 전기 때문에 또 파헤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일사분란하게 한 사람이 총괄할 수 있어야 한다.”
-건축가 승효상이 생각하는 서울의 아름다움이란?
“인구 1000만이 사는 도시 중 산이 있는 곳은 서울이 유일하다. 서울의 랜드마크는 산이다. 산 비탈에 건물을 지을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작은 필지에, 지형에 따라 작은 건물들이 지어졌다. 이런 작은 건물의 집합이 만들어내는 모습이 우리 건축의 아름다움이다.”
-서울시 도시정책은 어떤 방향이 돼야 하나?
“유네스코나 유럽의회 등에서 ‘역사마을 보존에 관한 원칙’ 등을 여러 번 제정하고 발표했는데, 그들이 말한 것을 모아보면 공통점이 있다. △필지를 통폐합하지 말라 △공공영역인 길을 보존하라 △지형을 보존하라 △삶의 형태를 보존하라 등이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상공업을 한다면 계속 운영할 수 있게 하라는 뜻이다. 적어도 사대문 안에서는 이렇게 해야 하고, 가능하면 서울 전역에서도 필지 변형을 하지 않아야 한다.”
서울시 도시계획 전반에 대해
박원순 시장에 조언해주는 자리 “서울시청 주변과 동대문 일대가
모두 고층화된 상태에서
세운4구역까지 고층빌딩 들어서면
남과 북 가르는 장벽 생겨
서울이 답답해진다
서울을 살리느냐 마느냐 문제” -서울시 에스에이치공사가 세운4구역을 통합개발해 고층빌딩을 지으려 한다. “세운4구역 개발계획은 빨리 취소해야 한다. 서울시 건축정책위원장 등 내가 갖고 있는 권한을 다 사용해서 못 하게 할 것이다. 서울시청 주변과 동대문 일대가 모두 고층화된 상태에서 (세운4구역에까지) 고층빌딩이 들어서면 남과 북을 가르는 일종의 배리어(장벽)가 생겨 서울이 답답해진다. 서울을 살리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또 종묘 주변은 정말 경건하게 보존해야 한다. 경건한 영역이 있어야 도시가 산다.” -세운상가를 연결하고 서울역 고가도로를 걷기 좋은 공중공원으로 바꾼다는 서울시의 발표가 있었다. “세운상가 리모델링은 직접 관장하고 있다. 예전에는 스펙터클한 광경만 보여주려 했지만 시민들의 도시생활과 관계가 없었다. 세운상가를 통해 종묘와 남산이 연결된다. 서울은 청계천 때문에 남북의 도로보다는 동서를 잇는 도로가 발달한 도시다. (세운상가 보행축이 완성되면) 동서를 잇는 도로가 수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또 서울역 고가를 통해 서울 성곽의 안과 밖을 연결하게 된다. 한강에서 (서울역 고가~남산~세운상가~종묘에 이어) 북악산까지 20㎞를 걸어본다! 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이게 완성되면) 보행친화도시가 얼마나 좋은지 시민들의 인식이 바뀔 것이다.” -세계인에게 알릴 만한 서울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한양도성은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성곽이다. 서양이나 일본의 성곽은 한 가문과 집단을 위해 지어졌다. 도시의 성곽이라고 해도 평지에 구획을 위한 것이지, 산의 정상부를 계속 따라 다니는 성곽이 있는 도시는 서울밖에 없다. (현재 해-산-강으로 꾸며진) 서울의 상징물은 산과 성곽을 이용한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세계에 없는 독특한 이미지 아닌가.” -올해는 건축사무소를 낸 지 25주년이 되는 해다. “4반세기가 지났으니까 전시회를 하나 하려 한다. 지금까지 제가 설계한 건물엔 가구를 직접 만들었다. 그걸 모아 전시하려 한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왜곡돼, 도시는 도시, 건축은 건축, 가구는 가구로 나눠져 있다. 저는 그 영역을 부단히 깨려 했다. 승효상이 도시를 설계한다는 것은 알려져 있는데, 가구도 한다는 것은 알려져 있지 않다. 가구 하나만으로도 제가 가진 도시의 개념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박원순 시장에 조언해주는 자리 “서울시청 주변과 동대문 일대가
모두 고층화된 상태에서
세운4구역까지 고층빌딩 들어서면
남과 북 가르는 장벽 생겨
서울이 답답해진다
서울을 살리느냐 마느냐 문제” -서울시 에스에이치공사가 세운4구역을 통합개발해 고층빌딩을 지으려 한다. “세운4구역 개발계획은 빨리 취소해야 한다. 서울시 건축정책위원장 등 내가 갖고 있는 권한을 다 사용해서 못 하게 할 것이다. 서울시청 주변과 동대문 일대가 모두 고층화된 상태에서 (세운4구역에까지) 고층빌딩이 들어서면 남과 북을 가르는 일종의 배리어(장벽)가 생겨 서울이 답답해진다. 서울을 살리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또 종묘 주변은 정말 경건하게 보존해야 한다. 경건한 영역이 있어야 도시가 산다.” -세운상가를 연결하고 서울역 고가도로를 걷기 좋은 공중공원으로 바꾼다는 서울시의 발표가 있었다. “세운상가 리모델링은 직접 관장하고 있다. 예전에는 스펙터클한 광경만 보여주려 했지만 시민들의 도시생활과 관계가 없었다. 세운상가를 통해 종묘와 남산이 연결된다. 서울은 청계천 때문에 남북의 도로보다는 동서를 잇는 도로가 발달한 도시다. (세운상가 보행축이 완성되면) 동서를 잇는 도로가 수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또 서울역 고가를 통해 서울 성곽의 안과 밖을 연결하게 된다. 한강에서 (서울역 고가~남산~세운상가~종묘에 이어) 북악산까지 20㎞를 걸어본다! 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이게 완성되면) 보행친화도시가 얼마나 좋은지 시민들의 인식이 바뀔 것이다.” -세계인에게 알릴 만한 서울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한양도성은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성곽이다. 서양이나 일본의 성곽은 한 가문과 집단을 위해 지어졌다. 도시의 성곽이라고 해도 평지에 구획을 위한 것이지, 산의 정상부를 계속 따라 다니는 성곽이 있는 도시는 서울밖에 없다. (현재 해-산-강으로 꾸며진) 서울의 상징물은 산과 성곽을 이용한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세계에 없는 독특한 이미지 아닌가.” -올해는 건축사무소를 낸 지 25주년이 되는 해다. “4반세기가 지났으니까 전시회를 하나 하려 한다. 지금까지 제가 설계한 건물엔 가구를 직접 만들었다. 그걸 모아 전시하려 한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왜곡돼, 도시는 도시, 건축은 건축, 가구는 가구로 나눠져 있다. 저는 그 영역을 부단히 깨려 했다. 승효상이 도시를 설계한다는 것은 알려져 있는데, 가구도 한다는 것은 알려져 있지 않다. 가구 하나만으로도 제가 가진 도시의 개념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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