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훈령, 학교보건법 등 어긋나
‘교육감의 정화위 운영권한’ 침해
“법·시행령 개정해야 가능” 지적
‘교육감의 정화위 운영권한’ 침해
“법·시행령 개정해야 가능” 지적
교육부가 지난달 28일 공포한 ‘학교 앞 호텔’ 사업자한테 유리한 훈령이 상위법에 반한다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검토 결과가 나왔다. 법령(법률·대통령령)이 교육감의 권한을 정해놨는데 교육부 장관이 훈령을 제정해 빼앗아 갔고,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라는 법령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근거에서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10일 <한겨레>에 공개한 국회 입법조사처의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관련 입법조사 회답서’를 보면, 교육부 훈령인 ‘관광호텔업에 관한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심의규정’이 상위법인 ‘학교보건법’과 ‘학교보건법 시행령’을 위반할 여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훈령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 청소년 유해시설이 없는 100실 이상의 객실을 갖춘 관광호텔을 지으려 할 때, 사업자가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정화위원회) 위원을 대상으로 사업 추진 계획을 설명할 수 있도록 했다. 정화위원회가 건립을 불허하면, 교육감 또는 교육장은 구체적인 금지 사유를 사업자 및 인허가 담당 기관한테 문서로 밝혀야 한다. 교육계와 시민단체들은 불허 사유를 빌미로 한 소송의 남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교육부가 100실 이상의 객실을 보유한 관광호텔에만 사업 설명 자격을 줘, 경복궁 인근 풍문여고와 덕성여중고 옆에 특급호텔을 세우려는 대한항공에 특혜를 주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돼 왔다.
입법조사처는 우선 교육부 훈령이 상위법에 반해 교육감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고 짚었다. 현행 학교보건법은 정화위원회의 조직·기능·운영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보건법 시행령 제7조 제10항은 정화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교육감이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부 장관한테 정화위원회 운영과 관련된 별도의 권한을 부여하려면 훈령이 아니라 법령(법과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입법조사처는 교육부 훈령이 정화위원회 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해칠 우려도 제기했다. 학교보건법과 그 시행령은 학교 앞 호텔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인인 사업자 등의 위원회 출석과 참관, 의견진술 권한을 배제하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 훈령이 사업자한테 정화위원회 출석 및 사업 추진 계획 설명 등의 권한을 주는 것은 법령이 추구하는 위원회의 공정성 및 투명성 제고라는 취지에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정진후 의원은 “교육 환경을 보호해야 할 교육부가 (호텔 관련 규제를 완화하라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상위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규정을 제정한 사실 자체가 특혜 논란을 키우는 일이다. 상위법에 위반되는 규정인 만큼 즉각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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