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흡연 남편 이참에 담배 끊는 게 소원”
시민들 반응 엇갈려
사재기 조짐…보루째 매입 늘어
시민들 반응 엇갈려
사재기 조짐…보루째 매입 늘어
정부가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을 발표한 11일 ‘흡연파’ 다수는 정부를 비난했고, 일부는 금연을 다짐했다. 반면 ‘비흡연파’는 인상안을 반겼다.
이날 오후 서울 탑골공원에서 만난 김인호(77)씨는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50년 골초라는 김씨는 “돈 없는 노인들에게는 담배 피우는 재미밖에 없는데, 이제는 끊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들의 불만도 이어졌다. 하루 담배 두 갑을 피운다는 전민석(36)씨는 “흡연자들의 호주머니에서 세금을 뜯어내려는 의도인 것 같다. 담뱃값이 오른다고 해서 끊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손아무개(33)씨도 “흡연자들에게만 세금을 뜯어내겠다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담뱃값 인상 방침이 ‘서민 증세’나 마찬가지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세금은 재산이나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이 걷어야 한다. 담뱃값을 통한 세수 확대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계층의 부담을 키운다”고 했다. 흡연자 단체인 ‘아이러브스모킹’의 이연익 대표는 “담뱃값 인상은 서민들을 죽이는 서민 증세”라고 주장하며, 인상안 백지화를 위한 서명운동과 국회 항의 방문 계획을 밝혔다.
반면 식구들의 흡연이나 간접흡연을 걱정하는 비흡연자들은 담뱃값 인상이 금연 확대로 이어지길 바랐다. 구아무개(47)씨는 “30년 넘게 담배를 피우는 남편이 이참에 담배를 끊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박수남(80)씨도 “간접흡연은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데, 담뱃값 인상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사재기 조짐도 나타났다.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에는 담배를 보루째 사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근처 슈퍼에서 담배를 보루로 구입한 직장인 신아무개(46)씨는 “생각날 때마다 한 보루씩 미리 사놓으려 한다”고 했다. 슈퍼 주인은 “오전에만 열 보루 이상을 팔았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서울 삼성역 근처 편의점에서 일하는 서다은(21)씨는 “담뱃값 인상 전에 사놔야 한다며 출근 시간대에 보루로 담배를 사간 손님이 5명이나 된다”고 했다.
송호균 최우리 이재욱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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