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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선거법 무죄’에도 너무나 조용한 검찰…항소까지 접을까

등록 2014-09-12 20:01수정 2014-09-12 22:24

1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앞에서 국정원 시국회의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이날 나온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1심 판결에 항의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앞에서 국정원 시국회의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이날 나온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1심 판결에 항의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원세훈 대선개입 무죄’ 판결 이후

즉각 항소하던 평소 입장과 달리
인공기 게양 허가 대책회의 ‘한가’
‘특수통 선거법 적용, 무죄 됐는데
왜 공안통서 뒤치다꺼리?’ 반응도
정권 정통성 관련 이슈라 신중
‘항소하되 힘빼기 할 것’ 전망도
검찰의 태도가 묘하다. 사회적 이목을 끄는 주요 피고인이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 그 즉시 발끈하며 항소 방침을 밝히곤 했던 평소와 달리,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공직선거법 무죄 판결에 대해서는 여러 눈치를 살피며 항소를 망설이고 있다.

국가정보원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정치관여는 했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라는 판결이 내려진 지난 11일 오후, 대검찰청 공안부는 인천아시안게임 인공기 게양 허가 여부를 놓고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있었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수사를 지휘하던 전임 검찰총장이 ‘혼외 아들’ 추문으로 중도 하차하고, 사건 은폐를 지시한 서울중앙지검장이 옷을 벗는 등 검찰 조직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 점을 고려하면, 분위기는 너무도 한가해 보였다.

무죄판결 뒤에도 대검찰청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일선 공안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윤웅걸 2차장검사가 “판결문을 분석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불과 일주일 전 ‘북한 보위사령부 직파간첩 사건’에 무죄가 선고되자 추석 연휴(9일) 중임에도 이례적으로 대책회의를 열며 ‘부글부글’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풍경이다.

이런 온도차의 이유는, 이 사건을 둘러싼 검찰 내부의 입장차와 역학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공안 라인에서는 애초 원 전 원장에 대한 선거법 적용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가장 대표적인 ‘현직 공안통’인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수사 단계에서 ‘선거법 적용은 안 된다’며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게 제동을 건 바 있다.

공직선거법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선고를 받은 뒤 취재진을 피해 법정을 나서다가 취재진과 수행원들에 둘러싸여 못 움직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공직선거법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선고를 받은 뒤 취재진을 피해 법정을 나서다가 취재진과 수행원들에 둘러싸여 못 움직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대검의 한 간부는 “애초에 이 사건 자체가 검찰 조직의 총의를 모아 결정된 사안은 아니지 않았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무죄는 어느 정도 예상됐었고,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라고 내부 기류를 전했다. 채 전 총장과 윤석열 수사팀장(현 대구고검 검사) 등 ‘강골 특수통’들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는데, 왜 지금 공안 라인이 그 뒤치다꺼리를 맡아야 하느냐는 불만스러운 분위기가 있다는 얘기다.

검찰 내부의 이런 복잡한 사정은 법조계에 익히 알려져 있다. 이날 법원 내부통신망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글을 올린 수원지법 성남지청 김동진 부장판사는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밝히려고 했던 검사들은 모두 쫓겨났고, 오히려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덮으려는 입장의 공안부 소속 검사들이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를 지휘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이 정권의 정통성과 직결된 인화성 강한 이슈라는 점도 검찰 수뇌부를 더욱 움츠러들게 한다. 한 검사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유죄판결이 나면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이 부당했다는 정치적 공격으로 바로 연결된다”며 “일반 사건보다 훨씬 신중하게 판단하고 항소 여부를 결정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죄를 선고받고도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다면 또다른 정치성 논란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검찰 공안사건 지휘 라인에 있는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항소를 안 하는 게 오히려 오해를 살 수 있다. (무죄가 나왔는데) 어찌 됐건 항소를 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따라서 검찰 수뇌부로서는 항소는 하되 항소심 공판유지에서 힘을 빼는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수사팀 대신 일반 사건 공판을 담당하는 서울고검 공판부에 공소유지를 하도록 하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과거에도 검찰은 부담스런 정치적 사건이나 뇌물 사건의 경우 수사 검사들을 배제하고 공판부에 재판 관여를 맡기곤 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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