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급변침의 원인은 무엇일까?’
12일 광주지법 형사13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열린 청해진해운 직원 등 11명에 대한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세월호 조타수 조아무개(55)씨는 “사고 직전 배의 방향을 결정하는 타를 왼쪽으로 돌렸다”고 밝혔다. 이는 해경 조사에서 조씨가 사고 직전 우현으로 타를 돌렸다고 진술했던 것과 다른 것이다.
조씨는 사고 당일 오전 8시48분 조타기를 꺾었다. 당시 운항 중이던 항로는 조류가 세기로 이름난 맹골수도(孟骨水道)여서 5도 이상 변침을 하면 안 되는 곳이었다. 침실로 들어간 이준석(68) 선장을 대신해 운항 책임을 맡고 있던 박아무개(25·여) 3등 항해사는 조씨에게 “1차 140도, 2차 145도로 변침하라”고 지시했다. 박씨는 추가로 변침해야 할 각도를 말하지 않고 조타기상 각도만 지시해 조타수에게 변침을 일임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조씨가 우현 변침을 시도하던 중 원하는대로 변침이 이뤄지지 않자 당황해 임의로 조타기를 우현 쪽으로 대각도(15도)로 돌려 뱃머리가 급속도로 오른쪽으로 돌면서 선체가 좌현으로 기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조씨는 이날 “박 항해사한테서 140도 변침 지시는 받았지만, 145도 변침 지시를 받은 적이 없었다. 당시 좌현으로 변침했다”고 답변했다. 조씨는 “(140도로 돌린 뒤 확인을 받았는데도 타가)141도, 142도 이런 식으로 자꾸 진행되길래 제가 좌현으로 3도 정도 틀었다. 그런데 계속 진행돼 145도까지 내려가서 5도까지 좌현으로 방향을 틀면서 ‘이거 왜 이래? 자꾸 흘러가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조씨는 검사가 “3등 항해사가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라는 뜻으로) ‘포트, 포트’라고 한 것은 맞느냐?”고 묻자, “그 말을 듣고 좌현으로 15도까지 꺾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조씨에게 “4월 16일 해경 첫 조사에서 ‘타각을 우현 15도까지 사용했는데, 배가 급격히 좌현으로 넘어졌다’고 진술한 것과 다르다”라고 묻자, “해경 조사 땐 착오로 잘못 진술했던 것”이라고 답변했다. 조씨는 4월17일 해경 조사에선 “우현으로 돌렸다”고 했다가, 구속된 뒤엔 “좌현으로 돌린 것이 맞다”고 진술을 바꿨다. 조씨는 “해경 조사에서 우현 쪽으로 유도 질문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침실에 있던 이 선장은 ‘사고 직후 소리를 지르면서 조타실에 들어와 타각지시기(조타 각도를 나타내는 계기판)를 봤더니 우현 15도로 고정이 돼 있었다’고 해경 조사 때 진술한 바 있다. 이에 조씨는 “이 선장이 일부러 거짓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당시) 이왕 꺾었던 부분이라 계속 좌현으로 돌렸다”라고 답변했다.
조씨가 침몰 직전 뱃머리가 향하는 방향(각도)을 알려주는 자이로 컴퍼스를 잘못 해석한 것 아니냐는 검찰의 지적도 나왔다. 자이로 컴퍼스는 뱃머리가 좌현이면 컴퍼스는 오른쪽을 가리키는데 조씨가 이를 반대로 착각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씨는 해경 조사 때 ‘자이로 컴퍼스가 좌현으로 돌아가서 조타기를 우현으로 사용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혼동할 때가 있다”고 답변한 적이 있다. 하지만 조씨는 이날 법정에선 “착각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를 부인했다.
한편 조씨는 배의 흔들림을 막는 균형장치로, 날개처럼 배에 달린 스태빌라이저에 무엇인가 걸렸다고 생각된다는 해경 조사 때 진술과 관련해, “실제로 걸렸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아니다. 추측이다”라고 말했다. 또 “조타기도 이상이 없었다”라고 답변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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