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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분향소 먼발치서 돌아오길 수십번…엄마의 눈물 딸님이 볼세라

등록 2014-09-14 21:25수정 2014-09-14 22:46

[잊지 않겠습니다]

한 번만 꼭 안아보고 싶은 딸님.

지금도 딸님 방을 들여다보면 모든 게 그대로인데, 딸님이 없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 친구 같았고 엄마와 텔레파시도 잘 통했던 딸님아, 보고 싶구나. 금방이라도 “잘 다녀왔습니다” 하면서 들어올 것만 같다. 딸님만 생각하면 눈물만 흐른다. 보고 싶고, 그립다는 말밖에.

너의 냄새가 그리워 침대에 누워 본다. 오늘은 햇살이 눈부셔서 딸님의 이불을 빨았어. 어때, 뽀송뽀송하지? 그럴 때면 “잠 잘 오겠다”며 좋아했는데. 올해부터는 가족 여행을 자주 다니자고 약속했는데. 행복했고 즐거웠던 기억밖에 없는데. 그래서 또 오자고 약속했는데. 2월의 가족 여행이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이 되어 버렸네.

우리 가족이 모여서 식사하는 날이면 딸님이 항상 커피를 타주었는데. “아가씨, 엄마 아빠 커피 한잔이요” “네~ 난 예쁜 딸이니까” 하면서 엄마 아빠 취향에 맞게 타주던 커피 한잔이 그립다. 딸님이 보고 싶고 보고 싶어서 발길이 분향소를 향했는데 갈 수가 없었어.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도중에 먼발치에서 보고만 오기를 수십 번. 미안해.

지난달 3일이 딸님이 이 세상에 빛이 되어 엄마 아빠에게 온 날이었어. 딸님, 고맙고 또 고맙다. 넌 우리에게 행복 그 자체였어. 사랑해. 힘들었던 기억은 버리고 즐겁고 행복한 기억만 가지고 가. 그곳에서 딸님의 영원한 짝꿍과 선생님, 친구들과 행복하게 잘 지내렴. 오늘 밤도 딸님을 그리워하며 꿈속에서라도 보고 싶은데 보이질 않네. 사랑하고 보고 싶은 딸님, 잘 자.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


임세희양은

단원고 2학년 9반 임세희(17)양은 화장품과 미용에 관심이 많았다. 아빠의 흰 머리카락을 염색해줬고 얼굴 팩도 붙여줬다. 세희는 화장품 등에 향을 덧입히는 일을 하는 조향사가 되고 싶어했다.

세희는 열심히 공부했다. 공부를 마치고 매일 밤 12시가 넘어서 집에 돌아왔다. 맞벌이하는 엄마와 아빠를 도와 집안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설거지하는 엄마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뭐 하나 사달라고 투정도 부리지 않는 어른스러운 딸이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세희는 4월15일 밤 엄마에게 “배가 출발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딸로부터 온 마지막 연락이었다. 다음날 아침 세월호가 침몰한다는 다급한 소식을 들은 엄마는 애타게 전화를 걸었지만, 딸은 받지 못했다. 세희는 사고가 난 지 9일째인 4월24일 엄마 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안산 하늘공원에 잠들어 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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