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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멈추지 않은 딸의 시계, 이젠 엄마 손목에…“우리딸 지숙아, 영원히 기억하며 살게”

등록 2014-09-15 20:32수정 2014-09-15 22:14

[잊지 않겠습니다]

경찰관 꿈꿨던 지숙에게

사랑하는 딸 지숙에게.

딸, 잘 지내고 있지? 엄마, 아빠, 남동생은 그럭저럭 지내고 있어. 우리 딸 얼굴 못 본 지도 다섯 달이 넘었네? 수학여행이 너무 길다. 보고 싶다.

배려심 많고 이해심 많은 우리 딸. 엄마, 아빠는 온통 미안한 마음뿐이다. 생일이 빨라서 학교를 1년 일찍 보낸 것도 미안하고, 뚱뚱하다고 엄마가 놀린 것도 미안하고, 맘껏 살게 해줬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해준 것도 미안해. 살 뺀다고 매번 저녁 끼니 못 먹고 수학여행길 떠나보낸 것도 정말 미안하다.

엄마는 지숙이가 엄마 딸이어서 정말 행복하다. 지숙이를 자랑스러워하며, 순간순간 부끄럽지 않은 엄마로 살아갈게. 지숙이는 엄마, 아빠가 살아가는 이유이고 의미라는 걸 잊지 마. 다음 생애에도 엄마 아빠 딸로 태어나주길 바랄게.

딸, 엄마와 아빠와 남동생이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봐 줘. 우리 딸 지숙이를 영원히 사랑하며 살아갈게. 영원히 기억하며 살아갈게. 사랑한다, 우리 딸 지숙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이 모든 게 꿈이었음 좋겠다.


백지숙양은

안산 단원고 2학년 3반 백지숙(16)양의 꿈은 경찰관이었다. 지숙이는 학교 진로카드에 경찰이 되고 싶은 이유를 ‘남을 도와주기 위해서’라고 썼다. 경찰은 어려운 사람을 돕고 나쁜 사람을 잡는,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지숙이는 엄마와 함께 시장에 가도 뭐 하나 사달라고 떼를 쓴 적이 없었다. 엄마는 어느덧 친구처럼 느껴지는 딸을 보며 ‘이제 다 키웠다’고 생각했다. 중학교 1학년 남동생과는 만화영화를 함께 보며 친하게 지냈다.

지숙이는 세월호가 침몰하던 4월16일 아침 9시50분께 친구의 휴대전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배가 기울어지고 물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엄마는 “밖으로 나와 바다에 뛰어들어라. 그러면 누군가가 구조해 줄 거다”라고 했지만, 지숙이는 “방송에서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며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지숙이는 사고 닷새 뒤인 4월21일 엄마의 품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경기도 화성 효원납골공원에 친구들과 함께 잠들어 있다. 나중에 발견된 지숙이의 휴대전화에는 ‘구조되면 연락할게’란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가득했다.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려 애썼으나 끝내 전송이 안 된 것이다. 신기하게도 닷새 넘게 바닷물에 잠겨 있었던 지숙이의 손목시계가 멈추지 않았다. 엄마는 딸의 이 시계를 고쳐 차고 다닌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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