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가족중 6명, 조정위 구성 제안
‘반올림’은 반대…협상 걸림돌 될듯
‘반올림’은 반대…협상 걸림돌 될듯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 문제를 논의하는 교섭 자리에서 ‘삼성직업병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가 제3의 중재기구인 조정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조정위 구성이 교섭의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협상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가대위는 17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오후 2시부터 5시간 가까이 진행된 8차 교섭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교섭의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반올림과 가대위, 삼성의 이야기를 조율할 수 있는 조정위 구성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가대위는 보상 기준을 둘러싼 의견 차이로 반올림과 결별한 직업병 피해자와 가족 등 여섯명으로 구성됐다. 반올림은 산재를 신청한 33명의 직업병 피해자를 포함한 보상 기준을 마련하자고 주장하나, 가대위는 교섭의 빠른 진전을 위해 교섭에 참여한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보상 기준을 우선 마련하자는 삼성의 제안에 동의하고 있다.
이날 제기된 조정위는 지난 4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제안한 ‘제3의 중재기구’와 유사한 형태다. 가대위 정애정(고 황민웅씨 부인)씨는 “다음 교섭 때 구성안을 만들어 오기로 했으며, 삼성이 조정위 구성에 피해자 요구를 많이 반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도 “가족분들의 제안으로 협상 타결을 앞당길 전기가 마련된 만큼 빠르고 원만하게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올림은 조정위 구성에 부정적이다. 공유정옥 반올림 활동가는 “보상 기준과 사과, 재발 방지에 대해 삼성과 가대위 입장이 명확하지 않아 내용을 논의하지 못하고 있는데, 조정위부터 만드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올림의 반발에도 제3의 중재기구가 꾸려질 경우 향후 협상은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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