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저녁 전북 전주의 한 바리스타 학원에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장애인 학생 10명이 축하 케이크 앞에서 즐거워하고 있다.
전주상업정보고 등 10명 자격증 따내
비장애인과 똑같은 조건 시험 치러
비장애인과 똑같은 조건 시험 치러
“한 명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했다. 우리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는 것보다 세상을 향해 도전장을 내미는 데 의미를 뒀다. 첫번째 도전에 불과하다.”
지적장애 및 지체장애 1~2급인 학생들이 커피 전문가인 바리스타 자격증을 단체로 땄다. 전북 전주상업정보고 특수학급 학생 8명 등 장애인 10명은 최근 ‘카페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받고 17일 다함께 축하식을 했다. 장애인에게는 이론시험이 면제되지만 이들은 비장애인과 똑같이 실기와 이론 시험을 치르고 당당히 합격했다.
교사와 부모들은 처음에는 걱정이 컸다. 몸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아이들이 뜨거운 기계와 끓는 물에 혹여 다치기라도 하면 오히려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체와 언어장애가 있는 3학년 장지혜양은 실기시험 때 카푸치노를 만들면서 커피를 엎질렀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감독관이 기회를 다시 주며, 커피잔을 들고 나르는 거리를 좁혀주려고 했지만, 장양은 거절하고 비장애인과 똑같은 조건에서 시험을 치렀다. 장양의 어머니 김은영(46)씨는 “지혜가 흔들림 장애가 있어 균형잡는 능력이 부족해 걱정을 많이 했다. 연습할 때는 잘 했지만 실기 때 긴장을 해서 실수한 것 같다. 포기하지 않고 잘 극복해줘 대견스럽다”며 울먹였다. 장양은 “손과 몸이 내 마음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엄마는 내 손과 내 몸이 돼 주셨어요”라며 감사했다.
교육은 7월부터 두달 동안 전북 전주시 도심에 있는 바리스타 학원에서 이뤄졌다. 일주일에 12~18시간씩 집중 교육했지만 다행히 학생들이 즐거워했다. 강사 박정은씨는 장애인 눈높이에 맞춰서 가르쳤고 선물도 준비해서 자발성을 유도했다. 300쪽이 넘는 바리스타 이론 책자를 에이(A)4용지 17장으로 요약한 인쇄물을 학생들에게 100번씩 쓰도록 숙제를 냈다. 학생들은 버스 안에서도 공부할 만큼 몰두했다.
일부는 강의 내용을 따라오지 못해 힘들어했지만 학습보조를 맡는 특수교육 지도사의 일대일 교육으로 극복했다. 박씨는 “학생들이 인생에서 처음 경험한 오늘의 떨림과 설레임의 느낌을 잊지 말고 변화한 모습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은주(52) 교사는 “그동안 아이들이 지쳐 있을 때 ‘힘들지’라고 위로의 말도 건네지 못했다. 아이들이 정말 힘들어서 포기를 하면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도록 부탁했다. 30년 넘게 특수교육을 했지만 아이들이 이번처럼 집중해 공부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아이들이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자신감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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