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혐의로 구속된 전 LG부장
경찰서 진술…전 상무 등 검찰송치
2009년 국책연구과제 참여때 유출
경찰서 진술…전 상무 등 검찰송치
2009년 국책연구과제 참여때 유출
엘지(LG)전자 전직 고위 간부가 에어컨 기술개발 국책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낸 사업계획서를 빼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이 간부는 범행 시점에는 재직중이었다. 엘지전자는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전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 파손한 혐의로 임원이 피소된 바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2일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2009년 국책과제 사업으로 내건 에어컨 실외기 고효율화 사업에 입찰하면서 경쟁 업체인 삼성전자가 낸 자료를 빼낸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위반)로 엘지전자 허아무개(53) 전 상무를 지난달 28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허씨에게 자료를 건넨 평가위원 안아무개(58)씨도 같은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허씨는 당시 삼성전자가 사업계획서를 먼저 제출하자 엘지전자 연구용역을 맡은 적이 있는 국책과제 사업 평가위원 안씨를 통해 이 계획서를 빼돌린 혐의를 사고 있다. 허씨는 삼성전자보다 더 높은 수치를 써넣는 등의 방식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했고, 엘지전자는 근소한 차이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3년간 사업비 80억원이 들어가는 국책과제를 따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별개로 지난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구속된 엘지전자 윤아무개(44) 전 부장한테서 “엘지전자를 위해 삼성전자 에어컨 부문의 사업계획서를 빼낸 일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해 말부터 수사해왔다. 경찰은 안씨가 삼성 쪽 자료를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담아 윤씨에게 전달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허씨는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서영민)에 배당했다.
엘지전자 쪽은 “혐의가 최종적으로 밝혀진 것이 아닌데다, 허 전 상무나 윤 전 부장 모두 퇴사한 상태”라며 “윤 전 부장은 내부 감사를 통해 비리가 포착돼 구속됐다. 회사에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이번 건을 이야기한 것 같다”고 했다. 삼성전자 쪽은 “따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송호균 이정애 기자 uknow@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