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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코리안 드림’ 꿈꾼 20대 고려인 투신 자살

등록 2014-09-24 14:16수정 2014-09-24 21:55

우즈베키스탄 출신 20대 고려인이 국내에 들어온 지 5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23일 오전 8시께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김아무개(25)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아파트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통해, 김씨가 이 아파트 25층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이 아파트 인근 원룸에서 아버지, 형과 함께 거주하고 있었으며, 이날 오전 5시쯤 “출근한다”며 집을 나섰다.

김씨는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고려인으로 지난 4월 취업비자를 받아 입국했다.

지난해 한국으로 먼저 들어온 아버지와 형을 따라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모국을 찾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입국 후 곧바로 인력송출업체의 소개를 받아 광주 평동공단의 한 제조업체에서 근무했지만 월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김씨는 밀린 임금을 달라고 요구하다 취업 2개월 만에 해고됐다.

3년짜리 취업비자를 받아 한국에 들어온 김씨는 2~3개월의 교육을 먼저 받아야 하지만 이를 어겼고 사업주는 이를 빌미로 임금 지급을 미뤘다.김씨는 고려인마을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밀린 임금 250만원 가운데 80만원을 겨우 받았지만 해고돼 또다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서울과 경기 등의 일자리를 찾아봤지만 교육도 받지 않고 별다른 경력도 없는 김씨에게 일자리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직장도 없이 가족에게 기대어 살아가던 김씨는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재 광주 광산구 월곡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고려인마을에는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모국으로 건너온 고려인 2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의 고려인들이 우리말에 서툴고 변변한 기술도 없어 중소기업이나 건설 현장, 식당을 떠돌며 한달 평균 100만원의 수입으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상당수는 3∼4평 남짓한 원룸과 낡은 주택에서 초라한 삶을 이어가고 일부는 보증금과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지원센터의 작은 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동일 사업장에서 2년 이상 근무해야 재외동포 비자를 받을 수 있는 규정을 악용한 사업주들이 2년의 근무 기간을 채우지 못한 이들을 해고하는 사례도 많다.

광주시는 최근 고려인 정착을 돕기 위해 ‘광주시 고려인 주민 지원 조례안’을 제정했지만 여전히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지원은 미미한 상황이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고려인들이 입국 뒤 경제활동을 시작하려면 최소한 몇개월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나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고려인들이 불법 인력업체에 속아 취업을 하고도 임금 체불, 부당 해고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실태를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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