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호선 이수역 80대 사망’ 등
새로운 형태 안전사고 발생
잦은 오작동·신호 확인 부실 탓
새로운 형태 안전사고 발생
잦은 오작동·신호 확인 부실 탓
80대 할머니가 지하철 스크린도어와 전동차 사이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스크린도어의 안전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하철을 놓치지 않으려고 닫히는 전동차문에 무리하게 소지품을 밀어넣는 승객들의 과실도 있지만, 잦은 스크린도어 오작동을 감시할 역무원을 배치하지 않는 구조적 문제점도 거론된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이수역에서 25일 발생한 사망 사고는 이아무개(81)씨가 △닫히는 전동차문 사이에 지팡이를 밀어넣었지만 △가느다란 지팡이를 인식하지 못한 전동차문이 그대로 닫혔고 △스크린도어는 여전히 열려 있는 상태에서 △이를 흔한 스크린도어 오작동으로 착각한 승무원이 전동차를 그대로 출발시켰고 △지팡이를 놓지 않은 이씨가 끌려가면서 발생했다.
2005년부터 설치된 스크린도어로 지하철은 훨씬 안전해졌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전국의 지하철·국철에서 발생한 승강장 투신·추락 사고 발생 건수는 2009년 95건에서 지난해 46건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하지만 숨진 이씨의 사례처럼 스크린도어로 인한 새로운 유형의 사고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도 서울 지하철 4호선에서 김아무개(84)씨가 전동차문에 발이 끼인 채 끌려가다 스크린도어에 부딪혀 숨졌다.
서울메트로 승무원 내규를 보면 스크린도어가 하나라도 닫히지 않으면 출발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지연 출발에 대한 압박, 잦은 스크린도어 오작동으로 이 안전 규정을 지키기가 힘들다고 한다. 이호영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선전부장은 26일 “스크린도어 오작동이 각 호선에 한달에 100여차례 가까이 일어난다. 규정을 지키다 보면 전동차가 수십분씩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운전석에 스크린도어 개폐 표시등과 승강장 상황을 볼 수 있는 모니터가 있지만 사각지대가 있다. 예전에는 승무원이 전동차 밖으로 몸을 내밀어 직접 확인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스크린도어에 가로막혀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승강장에 역무원을 배치하면 상당 부분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1인 승무’ 압박까지 받는 상황에서 이 역시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메트로는 “지하철 배차 간격이 짧은 만큼 무리하게 탑승하지 말고 조금만 더 여유를 가져달라”고 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