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남편으로서 아내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한 이유로 아래의 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기술된 모든 사항을 지킬 것을 약속합니다. 약 2년의 기간 동안 혼외관계를 맺고 있는 여자가 있음을 인정합니다. 이 여성에게 신용카드를 주어 7810여만원, 전세금 2000만원, 다달이 생활비 400만원씩을 준 사실이 있습니다. 또한 명품 가방, 명품 목걸이, 명품 반지 등을 수십 차례 선물한 적이 있습니다. 이 여성에게 준 돈 등 1억4780여만원을 아내가 지정하는 은행계좌로 입금하고, 아내의 부모님으로부터 받아 보관하고 있던 1억8천만원도 아내 지정 계좌로 입금하겠습니다. (앞으로) 본인은 월급과 보너스를 아내에게 맡기고 용돈을 받아쓰겠습니다.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등 모든 카드의 비밀번호를 아내에게 밝히고 아내가 카드 명세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제대로 걸린’ 남편은 이런 각서를 쓰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반성했지만 결국 돌려주겠다던 돈은 주지 않았다. 아내는 소송을 냈고 법원은 아내의 손을 들어줬다.
이혼소송 중인 김주하(41) <문화방송>(MBC) 아나운서가 남편 강아무개(43)씨가 외도 직후 쓴 각서를 근거로 낸 민사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 서부지법 민사12부(재판장 염기창)는 김씨와 그의 부모가 남편 강씨의 각서를 바탕으로 낸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강씨는 김씨 쪽에 3억2780여만원 전액을 돌려주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강씨는 외도 사실이 들통난 직후인 2009년 8월19일 “2007년 8월부터 약 2년 동안 외도한 사실을 인정한다”며 자신이 외도를 한 여성에게 준 돈과 장인·장모로부터 받은 돈을 모두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아내 김씨는 이 돈을 받지 않은 채 결혼 생활을 유지하다가 이혼소송 중이던 지난 4월 각서로 약속한 돈을 돌려달라며 강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그러나 강씨는 “(각서를 쓸 때는) 실제로 돈을 지급할 의사 없이 무조건적인 사과와 향후 가정생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의 의미로 김씨가 작성한 문서에 그대로 공증만 받은 것”이라며 해당 각서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각서에 적힌 지급 기일로부터 4~5년이 지나도록 이행 청구를 하지 않은 상태로 원만한 혼인 생활을 계속했기 때문에 각서는 묵시적 합의로 해제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각서에서 강씨가 돈을 반환할 일시,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으며, 공증인사무소에서 직접 출석해 각서를 공증받은 점에 비춰 돈을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1997년 문화방송 아나운서로 입사해 ‘9시 뉴스데스크’ 등 간판 뉴스 프로그램 앵커를 맡았던 김씨는 2004년 9월 남편 강씨와 결혼한 뒤, 9년 만인 지난해 9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