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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부선의 ‘난방비 사건’은 어떻게 막을 내릴까요?

등록 2014-09-28 16:37수정 2014-09-28 22:23

26일 배우 김부선씨가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동부지검 본관 로비로 걸어오고 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26일 배우 김부선씨가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동부지검 본관 로비로 걸어오고 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페북 번개’로 끝나고 만 김부선 기자회견
[기자수첩]

요즘 석줄짜리 페이스북 포스팅 하나로 기자 50명 부를 수 있는 사람, 배우 김부선입니다.

지난 26일 서울 광진구 동부지검 본관 건물 앞에는 김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언한 시간이 되기 세시간 전쯤부터 카메라 기자들이 진을 쳤습니다. ‘내집 앞에서 죽치는 인간들, 금욜날 그리로 오십시요’라는 김씨의 포스팅 하나에 일찌감치 자리잡기 전쟁이 벌어진 것입니다. 기자들 사이에선 “웬만한 재벌 총수 온 것보다 더 왔네”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이날 김씨는 “언론의 과도한 관심이 부담스럽다”면서도 “연예인은 사회의 혜택과 부와 명예를 누리기 때문에 체면 불구하고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간중간 논리의 비약도 있었지만, 김씨는 “아파트 비리가 뿌리 뽑히기 전에는 어떤 시국적인 발언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강한 문제 해결 의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모두 발언을 마친 뒤 이어진 취재진들의 질문은 실망스러웠습니다. 기자들이 김씨에게 던진 첫 질문은 “연예인이신데 이런 쪽으로 이미지가 굳어진 것에 대해 앞으로 작품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였습니다. 이어진 질문들 역시 대체로 사건의 핵심인 ‘난방비 비리’와 관련이 없는 가십성 질문들이었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가장 화제가 된 뉴스가 ‘5만원짜리 원피스, 3만원짜리 가방’이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6일 동부지검 본관 로비에서 배우 김부선씨가 기자들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26일 동부지검 본관 로비에서 배우 김부선씨가 기자들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이러다보니 정작 ‘난방비 비리’의 실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김씨의 진정서 제출로 성동구청이 움직였고, 서울시가 실태 조사를 벌여 난방비를 내지 않은 가구들이 존재한다는 사실까지는 확인이 됐습니다. 그러나 ‘난방비 0원’의 주인공은 누구인지? 이들은 왜 난방비를 내지 않은 건지? 어떤 구조적인 비리가 숨어있는지? 등등은 아직까지 오리무중입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성동경찰서는 열량계가 노후화돼 자연스레 파손되거나 배터리 교체를 위해 훼손한 경우도 있어 현재로선 열량계 훼손의 고의성 여부를 알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수사가 지지부진한 데 대해서는 “열량계를 전문 연구기관에 보내는 등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일이 비단 김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서에만 발생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SNS에서 많은 사람들이 김씨를 ‘난방 열사’라며 열렬히 응원하는 것은 아마 그들도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이번 사건은 아파트 난방비 부과 과정을 어떻게 투명하게 만드느냐가 핵심 포인트입니다.

김씨의 용기로 10여년 만에 수면 위로 올라온 옥수동 H아파트의 난방비 비리는 어떻게 결말을 맺을까요? 네티즌들의 바람대로 ‘김부선법’이 만들어져 ‘난방비 비리’가 뿌리 뽑히는 게 가장 해피엔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26일 기자회견장을 빠져나오면서 이런 걱정이 앞서더군요. ‘화제의 인물’ 김씨가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벗어나게 되면 통상 그랬듯이 ‘난방비 비리’도 바로 잊혀지는 것은 아닐까요?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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