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칩 등 실제 과자 봉지를 이어붙여 만든 보트를 타고 한강을 건너는 퍼포먼스가 28일 열렸다. 김태형 기자
감자칩 등 실제 과자 봉지를 이어붙여 만든 ‘보트’를 타고 한강을 건너는 퍼포먼스가 열렸다. 질소충전재 탓에 과대 포장 논란을 빚고 있는 제과업계에 대한 항의 표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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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26)·박현수(26)·장성택(25)씨는 28일 오후 3시께 서울 송파구 한강공원 수상관광 승강장 앞에서 과자 봉지 160여개(18만원어치)를 이용해 보트를 만들었다. 이들은 테이프로 과자 봉지들을 둘둘 감아 1시간여 만에 길이 2m, 폭 80㎝짜리 과자 봉지 보트를 완성했다. 보트에는 만일에 대비해 다시 비닐을 둘렀다.
노를 든 유씨와 장씨 2명이 올라탄 보트는 오후 4시30분께 한강 남단을 출발했고 30여분 만에 900m 정도 떨어진 광진구 서울윈드서핑장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보트는 중간중간 불안하게 흔들렸지만 뒤집히거나 가라앉지는 않았다.
횡단을 마친 장씨는 “어제 같은 장소에서 2인용 카약으로 미리 연습을 했지만 과자 봉지 보트로도 횡단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었다. 제과업체들이 소비자를 더 배려해주기를 바란다는 메시지에 주목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과자 봉지 보트가 출발하는 현장에는 시민 300여명이 나와 유씨 등을 응원했다. 김은정(41)씨는 “경기도 양평에서 오늘 행사를 응원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한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려왔다. 이번 기회에 제과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편 박남석(47)씨는 “담배나 술을 안 해서 과자를 하루에 한 봉지 이상 먹는다. 외국과 비교하면 한국 과자는 과대 포장이 심한 것 같다. 학생들이 참신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낸다기에 응원하려고 왔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보트 제작을 위한 시민들의 과자 기부도 이어졌다. 유씨 등은 보트에 사용한 과자 봉지들을 씻은 뒤 보육시설 등에 기부할 계획이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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