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춤추기 좋아했던 경주에게 엄마가
사랑하는 내 딸 경주야. 불러도 불러도 대답이 없구나. 너를 못 본지도 벌써 167일째 되는 4월16일이다. 엄마, 아빠에게는 모든 게 멈춰버린 날이지. 우리 예쁜 경주는 지금도 친구네에서 자고 있겠지? 항상 엄마, 아빠, 동생보단 친구가 우선이었잖아. 친구가 힘들면 같이 있어주고 후배가 나쁜 맘 먹으면 달래서 제자리를 지키게 하고, 선배들에겐 웃는 모습이 예쁜 후배였잖아. 엄마는 너를 보내는 날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단다. 엄마에게 툴툴대던 너를 보며 얼마나 속이 상했던지 항상 엄마 말 안 듣는 못된 딸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우리 경주는 엄마, 아빠, 길영이를 너무 많이 사랑하고 걱정하고 있었더라.
엄마에겐 친구이고 애인이고 또 다른 엄마이기도 한 너와 아직도 해야 할 것이 아니 하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은데 엄마 옆엔 우리 경주가 없다.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아. 열 달을 엄마 뱃속에서 커서 이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너무나 천사 같았던 너였고, 처음으로 엄마라고 부르며 첫 걸음을 떼던 모습. 초등학교 입학, 중학교 졸업, 고등학교 입학, 이 모든 것들이 행복했던 기억들이네. 이젠 다시는 해볼 수가 없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 왜 이리 미치도록 가슴을 찢어놓는 것인지 아프기만 하다.
잘해줄걸. 사랑한다고 많이 말할걸. 내 옆에 꼭 잡고서 놔주지 말 걸. 너무 많은 아쉬움과 후회가 엄마 자신을 용서할 수 없게 만들고 있어. 미안해. 너무너무 미안해. 사랑해. 너무너무 사랑해. 다시 엄마에 딸로 와 달라고 하면 와줄 거지?
우리 예쁜 공주 경주야. 엄마 힘내서 경주 만날 때 떳떳하게 만날 수 있게 열심히 행동할게. 지켜봐 줘. 사랑한다. 내 딸 이경주.
이경주양에게 사촌동생이 쓴 편짓글
보고 싶은 경주 누나에게.
경주 누나, 잘 있어? 나 누나 보고 싶어. 누나 잘 있는 거 맞지? 잘 있고, 밥 잘 먹어야 해. 하늘나라에서 꼭 잘 살아야 해. 누나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고 있어. 그리고 생일 축하해.
경주 누나에게 사랑하는 동생이.
이경주양이 세월호가 침몰했던 날 친구 휴대전화로 엄마와 함께 주고 받은 마지막 문자 메시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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