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7일 새벽 세월호 유가족들과 대리운전 기사의 폭행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화면. 영등포경찰서 제공
경찰 “일방적·공동 폭행…사안 중대해”
유족 “수사 협조…증거 인멸 우려 없어”
경찰 일부 “전치 2~4주에 영장은 의아”
검찰 “기록 철저히 검토해 결론 내릴 것”
유족 “수사 협조…증거 인멸 우려 없어”
경찰 일부 “전치 2~4주에 영장은 의아”
검찰 “기록 철저히 검토해 결론 내릴 것”
경찰이 대리기사 등을 폭행한 혐의로 세월호 유가족 3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을 두고 일선 경찰과 법조계 일부에선 ‘예상보다 강도가 세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적인 폭행 사건 처리 사례에 견줘 보면 3명이나 영장을 신청할 사안인지 고개가 갸웃해진다는 것이다.
전우관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은 29일 구속영장 신청의 근거로 △일방적 폭행 △공동 폭행 △증거 인멸 우려 △피해자와의 미합의를 들었다. 경찰은 “사회적 약자인 대리기사를 공동으로 때린 사안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도 했다. 상대방이 동기 부여를 하지 않았는데 폭행한 만큼 중하게 다룰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찰은 ‘쌍방 폭행’이라는 유가족의 주장은 사실상 배척했다.
대리기사 이아무개씨의 부상 정도는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 대리인인 박주민 변호사는 “대리기사의 주장처럼 ‘죽을 정도로 두드려 맞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유가족들이) 몸싸움을 심하게 한 것은 (대리기사가 아닌) 행인들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일방적 공동 폭행”과 함께 “증거인멸 우려”를 거듭 강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서로 말을 맞추는 것도 증거인멸이 될 수 있다. 1차 조사와 대질 조사 때 진술이 일치하지 않은 것도 증거인멸 정황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경찰이 폭행 당시 녹화 영상을 모두 확보했고, 유가족들도 모두 경찰 조사에 응한 만큼 구속영장의 기본 요건인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는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찰은 “대부분 혐의를 시인했다고 알려진 김병권 전 위원장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거 영상 가운데 일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박 변호사는 “영상 중에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 반론을 펼치는 것을 ‘혐의 부인’으로 보는 것은 변론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일선 경찰들의 반응은 조금씩 갈렸다. 서울의 한 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전치 2~4주 정도의 폭행 사건은 전과가 있거나 상습적이지 않다면 쌍방이든 일방 폭행이든 대체로 구속영장 신청을 하지 않는데 의아하다. 여론을 의식한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다른 경찰서 관계자는 “여러 명이 소수의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폭행했다면 영장을 신청할 수도 있다. 무리한 판단이라면 법원이 거르지 않겠느냐”고 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저녁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의 청구 여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세월호 유족이라는 것을 가리고 사건 내용만 봐서는 3명 영장 신청이 그렇게 무리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기록을 철저히 검토한 뒤 결론은 신중하게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법률적 판단에 따라 구속영장 청구 대상자가 일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송호균 정환봉 서영지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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