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시장, 재단 대표에 낙하산
예술감독 해임·예산 통제로 파행
8월 개막 무기 연기…사실상 무산
“전시 참여 거부·작업비 정산하라”
예술감독 해임·예산 통제로 파행
8월 개막 무기 연기…사실상 무산
“전시 참여 거부·작업비 정산하라”
지난 4년간 서해안 백령도에서 분단을 주제로 한 다양한 미술작업들을 선보여 주목 받았던 인천문화재단(대표이사 김윤식)의 인천평화미술프로젝트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관할 자치단체인 인천시 시장이 6월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유정복 시장으로 바뀌자 재단 쪽은 참여작가 등에 대한 행사 지원을 끊었고, 기획자인 재단산하 인천아트플랫폼의 이승미 관장을 전격 해임했다. 뒤이어 8월로 잡았던 개막 일정도 무기연기시켰고, 감독선임 등의 계획과 앞으로 사업에 대한 대안도 내지 않아 프로젝트는 사실상 무산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억대에 달하는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정부지원금도 집행이 안돼 반납해야 할 상황이다. 보다못한 일부 참여 작가들이 참여를 거부(보이콧)하는 항의 성명을 내며 집단행동에 나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육근병, 윤석남, 김정헌, 이수경, 성동훈, 김기라씨 등 프로젝트에 참여중인 중견 작가 23명은 30일 행사 파행에 대해 재단쪽을 규탄하며 참여를 거부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6월4일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평화’를 지향한 인천평화미술제의 본질과 의미는 퇴색되고 말았다. 특정 정치적 입장에 입각한 인천문화재단의 방해공작과 직무유기로 인해 현재 평화미술제는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해졌다. 작가들은 방치됐고, 미술제는 방향성을 상실한 채 좌초되어 표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참여작가들은 전시와 관련된 어떤 공지도 받지 못했고, 개인비용으로 작품을 만들었는데도, 전혀 정산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시가 방치된 경위에 대해 해명하고 작업비용 정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작가들은 “유정복 현 시장과 고교, 대학동문인 김윤식 재단 대표이사가 정치적 맥락에서 프로젝트를 꾸려온 이승미 예술감독을 표적 감사를 통해 해임하면서 행사의 파행을 몰고왔다”며 “원래 예술 감독이 초빙한 작가들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고 있으며, 갖은 행정적인 이유를 들어 작가들에게 지급해야 할 작품 준비 예산을 일일이 간섭하고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평화를 위한 미술제가 정치적 맥락에서 재단되고 작가 지원이 중단된 현실에 분개한다”며 재단 쪽의 해명과 사과, 책임자인 김 대표이사 사퇴 등을 요구했다. 성명에 동참한 작가들 대표를 맡은 김기라씨는 “미술계와 인천 지역 각지에 성명서를 배포할 계획이며, 재단 쪽이 요구를 계속 묵살할 경우 전시 참여 거부와 더불어 작업비용 청구 소송을 내는 등 여러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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