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원 헌법재판소 재판관
[인터뷰] 강일원 헌법재판관
“헌법재판의 특징은 보편성입니다. 민형사 재판은 나라마다 고유한 문화와 역사의 영향을 받지만 인권의 가치는 세계 공통이죠.”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한겨레>와 만난 강일원 헌법재판관은 헌법재판의 보편성을 강조했다. 보편적 인권에 대한 인식이 바탕에 있기에 세계헌법재판회의라는 ‘조합’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는 “나라마다 법제도는 다르지만 헌법재판의 실질은 거의 같다”며 “세계법원회의는 없는데 세계헌법재판회의가 열릴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인권의 보편성”이라고 했다. 강 재판관은 세계헌법재판회의 제3차 총회 준비위원장으로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세계헌법재판회의에서 각국 대표들의 참여 열기는 뜨겁다고 한다. 강 재판관은 “주제발표를 하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해 조정에 애를 좀 먹었다”고 말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세계화 시대의 사회통합 과제’와 ‘사회통합을 위한 헌법적 수단’ 등 5개 세션이 열렸는데, 각 세션은 토론 주제에 대한 각국의 현황 답변 등을 종합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강 재판관은 “헌법재판이 실질화됐는지 여부를 보면 그 나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완성됐는지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재 체제를 극복한 나라일수록 독립된 헌법재판소를 구성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동구권 국가들과 소련 소속이던 신생 독립국들이 민주주의를 받아들이면서 법제도를 정비해 모두 독립된 헌법재판소를 도입했다”며 “1980년대에는 독립 헌재가 설립된 나라가 20여개국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90개국이 넘어섰다”고 말했다.
강 재판관은 한국에서 헌재의 의미는 여느 나라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1971년 위헌법률심사권을 가진 대법원이 국가배상법 조항을 위헌으로 선고했다가 고초(1차 사법파동)를 겪는 등 헌법재판에는 역사의 질곡이 있었다”며 “이제는 한국이 헌법에 어긋난 공권력에 대해 가장 많은 위헌 선언을 한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위헌적 법제도는 상당히 많은 정비가 이뤄졌다”며 “이제는 헌재가 국민 옆으로 가서 실생활에서 나타나는 기본권 침해를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사진 헌법재판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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