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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인원 못채우면 ‘명령 불복’ 압박…우리도 마음 편치 않아”

등록 2014-10-02 08:08

많을 땐 1주일 내내 참석하기도
‘사이렌 울리며 위압감’ 이해안돼
우릴 방치하는 국가에 항의해야
‘정치집회 조직적 동원’ 고엽제전우회 회원 2명 인터뷰

“세월호 맞불 집회에 나간 우리는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지난달 30일 만난 고엽제전우회 회원 ㄱ(66)씨는 힘들게 입을 뗐다. ㄱ씨는 고엽제전우회 회원증과 국가유공자증부터 보여줬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그는 서울의 한 지회에 소속돼 회원들의 경조사 등을 챙기며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했다.

ㄱ씨는 고엽제전우회가 정치 관련 집회 등에 회원들을 동원하는 것에 내부 불만이 상당하다고 털어놨다. “지부마다 참석 인원을 정해 공문을 내려보내면 그에 맞춰서 집합하는 식이다. 동원 숫자를 채우지 못하면 ‘명령 불복’이라며 강하게 압박한다”고 했다. 그는 많을 때는 일주일 내내 정치 관련 집회에 나간 적도 있다고 했다. 8월에 서울고법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하자, 연일 서울 서초동 법원 앞에서 열린 규탄 집회에 참석해야 했다.

ㄱ씨는 “단체가 목적에 맞게 친목 도모 등을 해야 할 텐데, 나이 일흔 넘은 사람들이 집회에 동원돼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고엽제전우회 회원 ㄴ(64)씨도 상급단체인 지부에서 정치적 활동을 요구하는 것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내부에서도 불만이 많다. 고엽제 후유증으로 아프고 절뚝거리는 사람들이 집회에 나가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그는 “회원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친목단체로 활동해야지 정치적으로 활동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들은 고엽제전우회가 시민들에게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과격한 행동을 일삼는 단체로 비치는 것을 걱정했다. ㄱ씨는 “군복 입고 사이렌 켜고 도심을 돌아다니면서 위압감을 조성하는 건데, 시민들이나 외국인들이 굉장히 불안해한다. 우리가 어떤 법적 근거로 이렇게 정치적 활동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고엽제전우회가 본래의 설립 목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ㄴ씨는 “내가 속한 지회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받는 금액이 회원 1인당 연간 2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정치 개입이 아닌 회원 복지 증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ㄱ씨 역시 “우리가 목소리를 낼 거라면 베트남전 참전 급여를 국가가 주지 않거나, 아픈 사람들을 방치하는 것에 항의해야 하는데 지금은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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