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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학교클럽대회’ 이대로 좋을까

등록 2014-10-02 20:13수정 2014-10-03 11:15

어린이 축구
어린이 축구
공교육 체육 활성화한다면서… 하루에 축구 2경기

서울시교육감배 결승리그 ‘뒷말’
빡빡한 경기일정 탓 부상우려
시상식도 없이 심판이 메달 수여도

“학습권 침해 않는 범위내에서
대회일정 좀더 여유롭게 짜길”
지난달 11~13일 서울 천호중학교에서는 ‘서울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대회’ 남자 축구 중등부 결승리그가 열렸다. ‘엘리트 체육’이 아니라 말 그대로 축구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뛰는 ‘공교육 체육’ 대회였다. ㄱ(15)군은 지난해 11월부터 이 순간을 기다리며 1교시 시작 전에 열심히 운동장을 뛰며 연습했다. 4월 말부터 8월까지 이어진 지역교육청 대회에서 우승한 ㄱ군의 팀은 11개 팀만이 오를 수 있는 결승리그에 진출했다.

사흘짜리 결승리그 일정은 빡빡했다. 첫날 한 경기, 이튿날 한 경기를 치른 ㄱ군은 사흘째인 13일 하루에 준결승과 결승전 두 경기를 연거푸 뛰었다. 대회 규정은 전후반 25분씩이다. 전후반 45씩 뛰는 풀타임 시합은 아니지만, 동아리 축구선수들이 감당하기엔 버거운 일정이었다. 결승리그에 오른 팀의 지도교사는 “승부욕이 달아오른 아이들이 목숨을 걸다시피 뛰기 때문에 하루에 두 경기를 뛰면 쓰러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학생들은 교육청의 ‘무관심’에도 실망을 나타냈다. 300여개 팀을 누르고 올라온 11개 팀이 결승리그를 치르기에 천호중 운동장은 너무 좁았다. 심지어 가족들도 응원을 포기했다. 게다가 경기가 열린 11~12일은 평일이라 천호중에선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2012년과 지난해 결승리그는 서울 효창운동장, 2011년에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치렀다.

명색이 서울시교육감배 대회인데 결승리그에 교육감은 물론 교육청 간부들도 오지 않았다. 시상식도 따로 없었다. 우승팀은 심판한테서 우승 메달이 담긴 누런 봉투를 전달받았을 뿐이다. 한 참가 학생은 “실망이 컸다”고 했다. 결승리그에 참가한 다른 학교의 지도교사는 “예선부터 결승리그까지 시교육청이 쌓인 숙제를 해치우는 느낌으로 진행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0년부터 ‘인성교육 실천’과 ‘운동 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선수가 아닌 일반 학생들이 참여하는 학교스포츠클럽대회를 열어왔다. 축구뿐 아니라 야구·농구 등 여러 종목이 대상이다. 올해는 스포츠스태킹(컵을 다양한 방법으로 쌓고 내리는 경기) 등 23개 종목을 두고 초·중·고생들이 실력을 겨뤘다.

서울시교육청의 담당 장학사는 2일 “나흘간 경기할 수 있는 운동장을 확보하지 못해 부득이하게 하루에 두 경기를 치르게 됐다. 예산이 줄고 참가팀이 많다 보니 매끄럽지 못하게 진행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졸속 시상식’에 대해서는 “종목과 경기가 워낙 많아 교육감이 일일이 다 참석하긴 어렵다. 출전 학교 교장이라도 시상을 하는데 그때는 유독 미흡했다”고 했다.

학교스포츠클럽대회 역시 대한축구협회의 ‘국내대회 승인 및 운영규정’을 따른다. 이 규정 제18조(휴식)는 ‘선수 피로 회복을 위해 경기 후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고 돼 있다. 단서조항으로 ‘학생 학습권 보장 등을 위해 휴식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돼 있지만, 그럴 때도 ‘경기마다 1일 이상의 휴식을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번 결승리그 일정에선 이런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

11월에도 학교 동아리 축구선수들은 나흘간 최대 네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해야 한다. 교육부와 대한체육회 등이 주최하는 학교스포츠클럽대회 전국대회가 열리는데, 16개 시·도교육청 대회 우승팀들이 11월14~17일 전남 목포국제축구센터에서 모두 15경기를 치러야 한다. 결승에 오르는 팀은 매일 한 경기 혹은 두 경기를 뛰어야 한다.

한 중학교의 축구 동아리 지도교사는 “대회 일정을 좀더 여유롭게 가져가면서도 학습권을 침해받지 않는 운용의 묘를 고민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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