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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71일째, 팽목항은 외롭지 않다

등록 2014-10-04 00:59수정 2014-10-04 16:06

세월호 참사 171일째인 3일 저녁 실종자 10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기원하는 ‘기다림의 버스’ 행사 참가자들이 노란 리본 모양이 그려진 진도 팽목항 등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진도/신소영 기자 <A href="mailto:viator@hani.co.kr">viator@hani.co.kr</A>
세월호 참사 171일째인 3일 저녁 실종자 10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기원하는 ‘기다림의 버스’ 행사 참가자들이 노란 리본 모양이 그려진 진도 팽목항 등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진도/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전국 1천여 시민·작가들 “우리가 함께 울며 분노함을 기억해달라”
소설가 김훈이 입을 열었다. “도무지 말을 할 수 없게 돼버린 세상에서, 그래도 말을 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 작가로서의 답답함을 느낀다. 우리가 여러분과 같이 울면서 분노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한다.” 시인 송경동은 “실종자들이 모두 돌아오고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는 그날까지 문학인들이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기다림의 버스’ 실종자 가족 찾아
김훈 등 문인 20여명 동행
“모두 돌아올때까지 함께 하겠다”
가수 이승환도 방한복 전달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남은 실종자 10명의 ‘귀환’을 바라는 문인들을 태운 ‘작가들의 버스’가 3일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소설가 김애란, 시인 권현형·김행숙·허은실·김이하·조길성, 평론가 권희철·양경언·이성혁, 극작가 최창근 등 문인 20여명이 동행했다. ‘작가들의 버스’를 추진한 김훈 작가는 “슬프고 참혹한 일을 당한 집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게 힘과 위로가 된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버스에 탔다”고 했다.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장에서 버스를 탄 이들은 이날 저녁 7시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체육관을 찾아 가족들을 위로하고 세월호 헌정 산문집 <눈먼 자들의 국가>(문학동네)를 전달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여러분이 도와주신다니 그 말씀을 믿고 진실을 반드시 밝히겠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이날 가수 이승환씨도 체육관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에게 방한복 등을 전달했다.

문인들은 다시 팽목항으로 이동해 밤늦게 열린 ‘기다림의 문화제’에 참석했다. 김훈 작가가 다른 문인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대표발언을 했고, 김행숙·허은실 시인이 추모시를 낭송했다.

팽목항 문화제에는 이날 서울과 부산 등 전국 29개 지역에서 ‘기다림의 버스’를 타고 무박 2일 일정으로 진도로 모인 시민 1000여명이 함께했다. 이전에도 팽목항을 찾는 버스가 있었지만, 전국적 차원에서 시민들이 한꺼번에 버스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팽목항에는 태풍 판폰의 영향으로 바람이 세게 불었다. 밤바다는 파도로 일렁였다. 날은 추웠지만 처음 만난 시민들은 어깨와 무릎을 맞대고 체온을 나눴다.

양한웅 ‘기다림의 버스’ 운영위원장은 “새벽까지도 버스에 함께 타겠다는 시민들의 전화가 왔다.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안 합의 과정에 실망한 이들이 유가족들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동참하는 것 같다”고 했다. 최은아(44)씨는 처음으로 팽목항을 찾았다. 서울 대한문 앞에서 10대에 시민 450여명을 싣고 출발한 ‘기다림의 버스’에 오른 최씨는 “예전보다 관심이 줄어 가족들이 더 힘들어할 텐데 아픔을 조금이나마 나누고 싶다”고 했다.

스케줄을 마치고 밤길을 달려 도착한 방송인 김제동씨의 발언을 끝으로 문화제는 자정이 지나 마무리됐다. 시민들과 문인들은 실종자 10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쳐 부르면서 자리를 파했다. “박영인님” “황지현님” “고창석님” “권재근님”. 간절하게 외쳐 부르는 이름들이 캄캄한 진도 밤바다 위로 퍼져 나갔다. 실종자 주검이 발견된 것은 7월18일이 마지막이다. 단원고 학생 5명, 교사 2명, 일반인 3명이 아직 남아 있다.

진도/최재봉 선임기자, 이재욱 진명선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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