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종범 교수팀, 발표…항암제 개발 청신호
국내 연구진이 디엔에이(DNA)의 정확한 복제를 돕는 암억제단백질의 작동 원리를 밝혀내 새로운 항암제 개발에 밑돌을 놓았다.
이화여대는 6일 권종범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암억제단백질로 알려진 ‘비에이피1’(BAP1)이 유전체의 안전성을 돕는 기능을 하며 이 과정에 암 발생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6일치 온라인판에 실렸다.
세포가 분열할 때 디엔에이의 복제는 핵심적인 과정으로 이때 문제가 생기면 유전체가 불안정해져 암이 발생한다. 곧 유전체를 구성하는 염색체가 없어지거나 짧아지거나 염기서열에 이상이 생기면 암세포가 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BAP1 단백질이 세포 핵 속에 있는 유전체 구조인 크로마틴을 조절하는 데 관여해 유전체의 안정성을 돕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BAP1은 크로마틴을 조절하는 단백질 ‘아이엔오80’(INO80)과 결합해 이 단백질이 분해되는 것을 막고 복제가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도왔다. 연구팀은 동물실험 등을 통해 INO80이 정상적인 디엔에이 복제 과정에 직접 참여해 복제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했다. 실제 폐암의 일종인 흉막중피종 환자의 종양조직 샘플을 분석해 BAP1이 없는 종양세포에서는 INO80 발현도 함께 줄어들어 있음을 밝혀냈다.
BAP1은 최근 흉막중피종, 흑색종, 신장암 등의 발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돼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이 단백질이 세포 안에서 하는 기능과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알아내면 항암제로 응용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권종범 교수는 “BAP1과 INO80의 작동이 다른 암종에도 작용하는 일반적인 경로인지 동물실험을 통해 증명하는 연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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