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의 예능 ‘SNL 코리아5’ 의 ‘면접전쟁‘ 코너 중
티비엔의 ‘SNL 코리아5’ <면접전쟁>, 젊은이들 사이 화제
“저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겠습니다” 답변하고 합격 예감
“저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겠습니다” 답변하고 합격 예감
직장인 ㄱ씨(31)는 지난 봄 기쁘지만 씁쓸한 소식을 들었다. 3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동생이 고대하던 시험에 최종합격했지만 준비과정은 마냥 유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기시험에 합격한 동생은 ‘면접만은 단번에 합격하겠다’는 각오로 노량진에 있는 한 ‘면접 강좌’를 수강했지만 강의내용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동생은 “강사가 수업 중에 ‘면접에서 노조에 가입할 의향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이 나오면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노,노...조요?’라고 반문해야 합격한다는 농담반 진담반의 우스개소리 강의를 한다”고 했다. 다행히 동생은 면접에서 이 질문을 받지 않았지만, 학원에서 배운대로 면접에 임했고 결국 합격했다.
대학가에서 암암리에 회자되는 이같은 면접노하우는 지난 4일 방영된 티비엔의 예능 프로그램 ‘SNL 코리아5’의 <면접전쟁>에서 베일을 벗었다. 하반기 취업시즌을 맞아 취업일선에 뛰어든 2030 젊은이들은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라며 자조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 콩트는 면접 말미에 면접관이 마지막 각오를 말해보라고 주문하자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노조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최종합격을 예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면접전쟁>은 실제 면접 자리에선 답변할 수 없지만 구직자라면 마음 속에 한번쯤 담았을 법한 생각을 속시원하게 대변해줘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소개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콩트는 ‘성진항공’이란 기업에 입사하고자 하는 청년 두 명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험난한 4단계의 사전 전형을 뚫고 마지막 5차 최종면접에 오른 두 명의 지원자는 면접관 2인 앞에서 갖은 재능을 총동원하지만, 최종적으로 불합격하고 치킨집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또 만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극 중 지원자 권혁수씨는 제과제빵ㆍ스킨스쿠버ㆍ간호조무사ㆍ보일러공 자격증까지 갖추었지만, “자격증을 왜 땄나?”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따고 싶은 자격증이 더 있다. 회사에 충성하는 ‘충신 자격증’을 따겠다”고 답하며 면접관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자기소개를 해보라는 주문에 지원자 권씨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영어로 답변을 하자, 옆자리의 지원자 정상훈씨는 이에 질세라 중국어로 답하고 둘 사이엔 독일어, 아랍어 등 외국어 자기소개 경쟁이 벌어진다. 이어 “자네, 나를 한번 당황시켜보게”, “만원을 줄테니 1시간 후에 가장 사고 싶은 물건을 사오게”와 같은 면접관 두명의 요구는 지원자들의 업무능력 검증과 무관하지만 실제 면접장에서 흔히 이뤄지는 질문을 콩트는 담고 있다.
이 영상을 리트윗한 트위터리안 @love****은 "처음엔 엄청 웃으면서 봤는데 끝까지보니 씁쓸한 콩트네요"라고 평했다. 과한 외국어 능력 필수, 자격증 스펙 쌓기, 충성전쟁 등 왜곡된 한국 채용시장이 풍자적으로 잘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또한 최종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남겼음에도 결국 최종합격자는 ‘성진항공’의 사장 아들에게 돌아가면서, 면접자 두 명 모두 불합격 처리돼 취업에 실패하는 설정은 극의 리얼리티를 높였다. 50대 면접관으로 등장했던 개그맨 김민교는 콩트 말미에 치킨집 사장으로 다시 등장해 조기 퇴직 후 자영업에 종사하는 50대 남성의 자화상을 잘 그리고 있다. 지원자들의 대사 중 “쉬지 않고 일하다 죽겠다” 등은 OECD 최상위의 장시간 노동강도를 자랑하는 한국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마지막 엔딩곡으로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졸업>. 이 영상은 7일 오후 유튜브 조회수 약 39만, 좋아요 760, 댓글 108개를 기록했다.
(▷<면접전쟁>보러가기)
김미향기자 aroma@hani.co.kr
tvN의 예능 ‘SNL 코리아5’ 의 ‘면접전쟁‘ 코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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