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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5살 여아 농담에도 상처받는데…타인의 의도 이해시켜야

등록 2014-10-07 19:42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Q: 만 5살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는 신체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아기 때부터 예민했습니다. 엄마인 저도 어린 시절 작은 비난에도 쉽게 상처받는 성격이었고, 남들이 농담으로 놀리거나 장난을 칠 때 가볍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속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를 키우면서 저의 그런 기질이 아이에게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는 누군가가 조금만 놀리는 소리를 해도 완전히 마음이 상해서 친구 안 한다고 하고, 가족들이 조금만 큰 소리를 내거나 장난으로 짓궂게 굴면 정말 심하게 마음 상해하면서 토라지거나 화를 내거나 눈물을 보입니다. 왜 마음이 상했냐고 물어보면 “○○가 나를 ~~하다고 놀렸어. 그건 나쁜 거잖아”라고 합니다. 아이가 이렇게 쉽게 비난받았다고 느끼는 (말하는 당사자는 전혀 비난조가 아닌데도) 이유가 무엇 때문일지, 이런 상황에서는 엄마가 어떻게 아이를 대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A: 예민한 아이를 두신 부모님들은 고민이 많습니다. 또한 자신도 다소 예민한 면이 있다면 더욱 그럴 수 있겠지요. 아이의 이런 원인은 먼저 기질적인 면에서 타인의 비난에 매우 예민하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조금만 흥분이 되면 자신의 감정에 과도하게 집중돼 다른 사람의 마음이 잘 안 보이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유치원 때는 자신에게 조금만 짓궂게 하는 아이들을 과도하게 미워하게 되고, 초등학교 입학 뒤에는 조그만 놀림에도 발끈해서는 과잉 반응을 보입니다. 잘못하면 왕따를 당할 소지도 조금 있지요.

도움이 될 수 있는 3가지 육아 방법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첫째, 아이를 진정시키고 안심시키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러려면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고, 울보라거나 못난이라고 놀리기보다는 진정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마음이 진정이 안 되면 음악을 듣는다거나 걷거나 춤을 추어보는 등 스스로 진정하는 방법을 함께 상의해보세요. 어린이집에서 흥분하게 되면 조용한 방으로 가서 혼자 마음을 진정하게 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둘째, 타인의 관점을 이해시키는 일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의 세계는 소위 ‘정글의 세계’라고 불리우는 최초의 사회성 실험의 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무 나쁜 의도 없이 친구를 건드리기도 하고, 하다보면 재미가 붙어서 더 하기도 하고, 선생님이 야단치면 반항하느라 더 그러기도 하는 등등 다양한 의도로 짓궂은 행동을 합니다. 또한 친해지고 싶다는 표현으로 여자애들을 건드리는 남자애들도 많습니다. 다양한 타인의 의도와 행동에 대해서 가능한 한 그때그때 상의해주고, 타인의 의도를 해석하는 습관을 들여주세요. 먼저 타인의 말이나 나를 건드리는 행동이 나쁜 의도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부터 파악해보아야 합니다. 또한 조금 비난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나에게 해를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건전한 비판도 있으니까요.

셋째, 어떻게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는가를 아이와 함께 상의해야 합니다. 부모님들도 아시겠지만, 타인을 바꾸려는 의도는 거의 무의미합니다. 타인의 행동이나 의도에 대해서 자신의 반응을 조절함으로써 관계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놀림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태도가 일단 가장 좋습니다. 지속적인 놀림은 선생님에게 알리거나, 직접 ‘하지 마’라고 말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타인의 작은 비난이나 실수에 대해서 아이가 너무 과도하게 ‘앙심’을 오래 품는다면, 용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완전한 친구’란 동화 속에 있는 것이지 현실에는 없다는 것도 알려주세요. 조금씩 실수를 하지만, 대부분 잘 지낼 수 있다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예민한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줄 알게 되고 부모가 사회성을 잘 가르쳐 준다면, 타인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아이들입니다. 혹시 더 많은 조언이나 평가를 필요로 한다면 가까운 소아정신과나 전문 상담기관을 방문해볼 수 있습니다.

박진균 소아청소년정신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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