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약대입문시험 시행기관 임원들, 응시료로 유흥주점서 ‘흥청망청’

약교협 전 이사장·사무국장 등
재직때 1억7천만원 부적절한 사용
교육부 고발에도 검찰 ‘무혐의’
검찰쪽 “사적 사용 단정못해”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 시행기관 고위 인사들이 수험생 응시수수료를 유흥주점과 골프장 등에서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교육부가 자체 점검에서 이를 확인해 검찰에 고발했으나 검찰이 무혐의 처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윤관석 의원은 7일 <한겨레>에 교육부의 ‘한국약학교육협의회 사무 및 재산 현황 점검 결과 보고(안)’과 검찰 고발장을 공개했다. 2010년부터 4회째 약대입문자격시험을 주관하는 약학교육협의회(약교협)는 대부분 응시료(2013년 1만4749명 응시, 1인당 24만원) 수입으로 운영되는데, 전 이사장과 사무국장이 이 가운데 1억7000만원가량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내용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지난 2월까지 점검과 소명을 거친 결과, 김아무개 전 이사장은 2010년 6~12월 약교협 이사장으로 재직하며 모두 329차례에 걸쳐 1억6224만여원을 약대입문시험 시행과 무관하게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김 전 이사장은 현재 서울 지역 유명 사립대 약대 교수로,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신청했다.

김 전 이사장은 6개월 동안 약교협 법인카드로 유흥주점에서 56차례 4382만원을 썼고, 골프장에서는 36차례 1217만원을 썼다. 백화점상품권·주류·전복·소고기·가구·안경·자동차정비 등에 6000만원을 사용했다. 법인카드로 구입한 텔레비전과 카메라는 개인적으로 보관하다 발견됐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자택 주변 식당에서 200여차례 법인카드를 긁었다.

교육부는 지난 4월 김 전 이사장을 업무상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전 이사장과 함께 일한 사무국장 한명도 33차례에 걸쳐 7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이 지난 7월 무혐의 결론을 내리는 바람에, 부적절하게 집행된 금액의 회수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업무추진비 사용 날짜에 회의를 했다는 참석 교수들의 확인서와 회의록이 모두 있다. 업무추진비를 유흥주점이나 골프장에서 사용했다는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고법 판례도 있다. 휴일날 집 근처에서 사용했다고 해도 사적 사용으로 단정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이사장은 <한겨레>에 “유흥주점·골프장은 약교협 교수들을 접대하려고 갔고, 휴일에 집 앞 식당에서는 약사들을 만나 실무 실습을 논의했다”고 해명했다.

윤관석 의원은 “교육부가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은 물론 의·치의학교육입문검사(MDEET) 시행기관의 회계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수험생들의 응시료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태년 의원은 “국가기관인 교육부가 점검해 고발한 사건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도 않고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피고발인과 정권의 친분이 작용한 것이 아니라면 검찰이 즉각 재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정윤 김원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