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신문을 비롯한 일본 주요 신문이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한국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는 소식을 9일 지면에 실었다. 2014.10.9 / 도쿄=연합뉴스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 출신인 정윤회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가토 다쓰야(48)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을 불구속 기소한 가운데, 로펌들이 가토 지국장의 선임 의뢰를 거절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영관 변호사(전 제주지검장)는 9일 페이스북에서 올린 글에서 자신이 검찰 수사 단계에서 가토 전 지국장 변호를 맡았었다면서 “(앞서) 가토 기자는 국내 로펌 두 곳에 선임 의뢰를 하였으나 완곡히 거절당했다고 한다”고 썼다. 검사 시절 주일본대사관 법무참사관을 지내 일본통으로 불리던 그는 “그 후 누군가 일본어로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나를 소개해준 것 같다. 한참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변호를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다른 변호사들이 꺼리는 ‘민감한’ 사건을 맡기로 한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그는 “첫째,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누구라도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고, 또 그 권리는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산케이신문이 한국에 대하여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혼을 내야 한다거나, 대통령이 관련된 사건이라는 이유로 모두 피한다면, 국가나 국민이 국제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법원 단계에서 새로운 변호사가 나서야 하지만 “공개된 법정에서 누가 선뜻 나서줄지 궁금하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장 결론은 ‘결국, 피고인은 피해자들(박 대통령과 정윤회씨)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피해자들의 명예를 각각 훼손하였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박 변호사는 가토 전 지국장이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의 박 대통령 소재를 알지 못했다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국회 발언, 박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을 전한 <조선일보> 칼럼을 기초로 한국 정권의 상황을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명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또 “박 정권의 레임덕화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는 게 가토 지국장 글의 결론이라면서 “검찰이 내린 결론과 가토 기자가 표현한 결론은 방향이 전혀 다르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일본 언론과 ‘국경 없는 기자회’ 등이 반발하고 나선 상황에서 박 대통령과 <산케이신문>의 원만한 ‘합의’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반대하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산케이신문>은 반론을 보도하고, 박 대통령 쪽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해 “하품(下品)스런” 얘기가 확대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사건을 사법부에 떠넘기고 할 일 다 했다고 지켜보는 것은 결코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글 말미에는 “검사나 판사도 사실 딱하다. 사건을 잘 만나면 팔자를 고치는 수도 있지만, 잘못 만나면 골병이 들기도 한다”고 썼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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