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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땅주인은 죽었는데… ‘송전탑’은 개선장군처럼 서 있네

등록 2014-10-09 17:54수정 2014-10-10 14:36

지난 2012년 1월 16일 경남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에서 “내 땅엔 절대 송전탑을 세우지 말라”며 분신으로 목숨을 끊었다. 그 땅엔 올해도 어김없이 벼는 익어가고 황금 물결이 흐르고 있다. 그 논의 벼이식들 너머로 지난 9월 말에 완공된 102번 고압송전탑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있다. 논과 벼는 주인을 잃었다. 밀양 /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지난 2012년 1월 16일 경남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에서 “내 땅엔 절대 송전탑을 세우지 말라”며 분신으로 목숨을 끊었다. 그 땅엔 올해도 어김없이 벼는 익어가고 황금 물결이 흐르고 있다. 그 논의 벼이식들 너머로 지난 9월 말에 완공된 102번 고압송전탑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있다. 논과 벼는 주인을 잃었다. 밀양 /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밀양 초고압 송전탑 완공
땅주인은 죽었다. 이 논의 농부는 송전탑 건설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거뒀다. 2012년 1월16일 경남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에서 “내 땅엔 절대 송전탑을 세우지 말라”며 분신으로 목숨을 끊었다. 그 땅엔 올해도 어김없이 벼가 익어 황금물결이 흐르고 있다. 그 논의 벼이삭들 너머로 지난 9월 말에 완공된 102번 고압송전탑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있다. 그곳을 지키며 대대로 살아온 인간을 밀쳐내고 송전탑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사람 목숨 아닌가. 생명을 존중하지 않고 이윤 추구만 하는 기업이나 이를 편드는 국가와 권력에게는 사람의 애끓는 목소리와 목숨조차 벼이삭의 낟알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산골 사람이든 도시 사람이든 자신의 생명이 가차없이 짓눌리고 버림받을 때는 일어설 수밖에 없다. 그것이 투쟁이다. 아파트 30층 높이의 송전탑에 765㎸ 초고압 전류가 흐른다고 밀양 산골 할머니들의 투쟁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판이며, 오만이다. 권력과 돈의 힘으로 백성을 이긴 국가와 역사는 없다. 오늘도 황금물결의 들녘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밀양/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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