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초등학교 가을 운동회 달리기 시합 사진. 사진제공/김기국군 아버지
용인시장, ‘다함께 1등’ 학생 5명과 담임교사에게
몸이 불편해 달리기 만년 꼴등인 같은 반 친구를 위해 ‘다함께 1등’인 운동회를 만들어 감동을 준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제일초등학교 학생들이 선행시민상을 받았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10일 오후 2시30분 이 학교 6학년 2반 김기국(12)군과 같은 반 친구 신윤섭, 양세찬, 오승찬, 이재홍군 등에게 선행시민상을 주고, 이들의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칭찬했다. 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담임 정희옥 교사도 이들과 함께 같은 상을 받았다. 정 시장은 시상식에서 “각박한 세상에 찌든 어른들에게, 친구를 배려하는 감동메시지를 전해 준 학생들에게 고맙다. 아픈 친구를 위해 깜짝 이벤트를 해준 학생들이 어른들보다 더 어른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의 사연은 달리기 경주 때 찍은 사진 한장이 인터넷에 소개되면서 최근 세상에 알려졌다. 사진 속 학생들은 나란히 서서 서로 손을 잡고 결승선을 향해 걷고 있는데, 사진 맨 오른쪽에 서 있는 김군은 눈물을 닦는 듯이 손을 얼굴에 올려놓고 있었다.
‘감동의 가을 운동회’의 사연은 지난 9월20일 이 학교 운동장에서 6학년 2반 어린이들의 개인 장애물 달리기가 진행되면서 시작됐다. 출발 신호와 함께 다른 친구들보다 20~30㎝가 작은 김군도 함께 뛰쳐나갔다. 김군은 연골이 더 성장하지 않는 ‘연골무형성증’을 앓고 있는 어린이다.
김군은 같은 반 친구 4명과 함께 힘차게 레이스를 펼쳤다. 그러나 출발 몇 초도 안돼 간격은 어김없이 벌어졌다. 얼마 안돼 김군을 제외한 4명 모두 장애물을 넘어 결승선을 코앞에 뒀다. 그 순간, 앞서 달려나간 어린이들이 갑자기 멈춰서더니 힘겹게 뒤따라오는 친구 기국이를 기다렸다. 아이들은 기국이가 장애물을 다 넘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손을 꼭 잡고 나란히 결승선을 걸어 들어갔다. ‘모두가 1등’인 경주였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김군의 가족은 물론 교사와 주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김군의 아버지 대열(54)씨는 “가슴이 뭉클해서 정말 아무 말도 안 나왔다. 아들이 끝까지 달릴 수 있게 손잡아준 녀석들이 정말 대견하고 감동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많이 했다고 하던데, 그 말이 이처럼 현실로 나타난 것 같다”며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눈물나게 고마운 사진, 제일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배웁니다”, “제일초등학교 학생들 장하고 기특하다” 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운동회가 시작 전에 학생들이 김군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며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준비한 이벤트였다. 따뜻한 학생들이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운동회여서 학교 전체가 칭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사진 제공 / 김기국군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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