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본점.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김기식 의원, 2010 비대위 문건 폭로
신한은행이 2010년 ‘계좌추적팀’과 같은 전담 팀을 조직해 은행 특정 임직원 및 고객 등의 계좌를 대상으로 계획적으로 개인정보 조회를 벌여왔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공개됐다.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에 대한 고소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운영하며 이뤄진 행태들로, 조만간 결정될 신한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참여연대가 12일 공개한 신한은행 내부 문건을 보면 2010년 신한사태 때 신한은행은 권점주 당시 부행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운영했다. 부행장, 전무 등 임원은 물론 상근감사위원까지 참여한 비대위는 총 4개반으로 구성돼 일을 분담했다. 문건을 보면 1반은 ‘배임 관련 여신조사’, 2반은 ‘횡령 관련 계좌조사’, 3반은 ‘대외 및 대관, 홍보 담당’, 4반은 ‘노조, 직원 관리’ 등을 담당하며 반마다 상무, 부장 등 담당자들이 배정돼 있다.
은행이 신 전 사장을 고소한 다음날인 2010년 9월3일 역시 권점주 전 부행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위기대응위원회 회의’를 열어 ‘여신조사팀, 계좌추적팀, 대응전략팀’등을 구성한 내용의 문건도 함께 공개됐다. 여신조사팀은 신 전 사장을 고소한 혐의인 “금강산랜드 등 3개 관련 사건 취급 경위에 대한 정황 조사, 심사역 등 관련자 중심으로 구체적 정황 보강 및 검찰 조사 준비, 여신의 유용 여부에 대한 세부 집중조사”를 맡는 것으로 나와 있으며 “고소 사건 이외에 유사 유형의 사례 발굴 필요성”이라고도 적혀 있다. 계좌추적팀은 “횡령 사건에 대한 관련 계좌 추적 작업”을 구실로 하고 있으며, “전일(고소 당일) 신 사장의 언론 반박 내용에 대한 대응 논리”는 비서실에서 별도로 대응하는 것으로 적혀있다.
신한사태란 2010년 9월2일 신한은행이 신상훈 당시 지주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며 촉발된 내분으로, 신 전 사장이 기소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당시 라응찬 지주 회장의 차명계좌 운영 및 비자금 의혹이 불거지던 때였는데,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현장조사에 나선지 1주일여만에 지주 사장에 대한 유례없는 고소가 진행돼 라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칼끝을 흐리려는 ‘기획고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신 전 사장은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 대부분 혐의가 무죄로 인정돼 벌금형으로 감형됐다.
지난해 신 전 사장 친인척과 지인들, 은행 거래 기업 대표 및 임원들, 신한은행 재일동포 주요주주 및 사외이사,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신한은행의 무차별적 계좌 조회가 김기식 의원의 ‘신한은행 고객종합정보 조회기록 로그파일’ 공개로 드러난 바 있다. 신한은행은 당시 불법 의혹을 부인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서진원 행장은 “상시 감사 메뉴얼에 따라 실시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앞서 금감원은 2010년과 2012년 현장검사로 신한은행의 불법 조회 사실을 확인해 지난해 7월 ‘기관주의’ 조처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이 지난해 공개한 내용은 더 긴 기간에, 금감원에서 지적한 조회 대상자보다 그 수도 많아 금감원의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추가적인 조사를 벌인 금감원은 다음달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은행의 조직적 행태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경영진 어느 선까지 제재를 받을지 그 수위는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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