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와 관련해 사과하며 고개숙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프라이버시 보호 최우선’ 밝혀
‘사이버망명’ 확산 위기감 반영
‘프라이버시 보호 최우선’ 밝혀
‘사이버망명’ 확산 위기감 반영
다음카카오가 공무집행방해죄로 감옥에 가더라도 정보수사기관의 카카오톡 이용자에 대한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촉발돼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카톡 이용자들의 불안과 불신, 그로 인해 갈수록 불어나는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사이버 망명’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정보수사기관에 맞서는 수준의 극약 처방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13일 저녁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7일부터 정보수사기관의 감청 영장 집행 협조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절대 응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7일 이후에도 감청 영장이 접수된 게 있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 공무집행방해로 처벌을 한다면, 대표이사인 제가 자청해서 벌을 받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외부 전문가들로 ‘정보보호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압수수색 영장과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요청을 받을 때도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영장 집행 사실이 해당 이용자한테 반드시 통지될 수 있도록 유관 기관과 논의를 시작하고, 올 연말부터 ‘투명성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간해 정보수사기관의 영장 집행과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요청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 새로 내놓는 서비스에 대해서도 법적 해석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는 어떤 경우에도 프라이버시를 우선적으로 보호할 것이다. 이 때문에 서비스 출시 시기가 늦어지고 수익성이 감소하는 것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전자우편 서비스 ‘한메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이피플’에 대해서도 감청 영장 불응 대상에 넣을 것인지를 포함한 이용자 프라이버시 우선 정책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김범수 이사회 의장도 같은 생각이냐?’는 질문에 “김 의장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큰 우려를 하고 있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의견을 주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외적으로 실행하고 설명하는 것은 대표이사인 제 몫이라 나서서 밝히는 것이다. 다음카카오의 이용자 프라이버시 최우선 정책은 대표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이런 결정을 한 배경에 대해서는 “그동안은 보안을 철저히 하고, 관련 법과 제도를 따르는 것만으로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있다고 자만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이용자들의 불안을 덜기 위해서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감청 영장에 응할 수 없다는 절박한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 압수수색 영장으로도 대화 내용을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최근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대화 내용 저장 기간을 2~3일로 줄였다. 연말에는 ‘프라이버시 모드’가 도입돼, 일대일 대화는 암호화하고, 읽은 메시지는 바로 삭제된다. 대화 내용은 주고 싶어도 못주게 된다”고 강조했다. 오늘 국감에서 제기된 패킷 감청 가능성에 대해서는 “패킷 감청이 가능하려면 카톡 서버에 감청 지원 장비가 설치돼야 하는데 없다. 앞으로도 설치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통신사업자(다음카카오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가 정보수사기관의 감청 영장에 불응하겠다고 선언하기는 전세계적으로 처음이다. 미국에서도 구글과 페이스북·트위터 등이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정부기관의 정보제공 요청 내역을 공개하는 것으로 대항하고 있을 뿐이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지금 상태로 가다가는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법적 처벌까지 감수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더이상 내놓을 게 없다. ‘카톡 검열’ 사태가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카카오톡과 공권력의 사이버 사찰에 항의하는 1차 시민행동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다음커뮤니케이션 앞에서 이용자의 정보 제공과 공권력의 부당한 사이버 사찰을 규탄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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