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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채취는 8만건, 범죄수사엔 1400여건만 활용
DNA 수집 꼭 해야 할까

등록 2014-10-13 21:42수정 2014-10-13 22:24

인격권 관련된 민감 정보인데
수사 필요성도 없이 과잉 채취
쌍용차 농성자·용산참사 철거민…
대상 범죄군 넓어 걸면 다 걸려
헌재는 “적절하다” 합헌 결정
학계선 위헌성 지적 끊이지 않아
‘조두순 사건’ 등 성폭력·강력 범죄가 사회문제로 부각된 2010년, 국회는 ‘디엔에이(DNA) 신원확인정보 이용 및 보호법’을 제정했다. 그 뒤 검찰이 이 법에 의해 채취한 디엔에이 시료는 지난 8월까지 8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겨레>가 새정치민주연합 임내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법무부의 ‘디엔에이 시료 채취 현황’ 자료를 보면, 검찰이 이 법 시행 뒤 채취한 디엔에이 시료는 8만873건에 이른다. 4년여 만에 광범위한 디엔에이 정보가 축적된 것이다. 이 디엔에이 생체정보 수집을 놓고 한쪽에선 인권침해라는 우려와 비판을 계속해온 반면,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되는 만큼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디엔에이 채취법’의 위헌성과 관련해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엔에이법의 문제점과 위헌성 검토’ 논문에서 “효율적 범죄 예방이라는 막연한 목표를 내세워 저인망식으로 디엔에이 정보를 수집, 검색하는 것은 적법절차 원칙에 의한 수사기관 통제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최근 “범죄 수사 및 예방을 위해 특정 범죄의 수형자로부터 디엔에이 감식시료를 채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된다”며 재판관 5(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다.

그동안 검찰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 위반에 대해서는 2만5616건, 절도·강도는 1만5226건의 시료를 채취했다. 또 살인 4588건, 강간·강제추행 8394건, 마약 7354건 등 강력범죄에 대해서도 각각 수천건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살인 혐의로 한 해 기소되는 사건이 700여건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축적된 시료의 양이 만만찮은 셈이다.

그러나 아직 시료가 실제 범죄 수사에 사용된 사례는 많지 않다. 4년여 동안 이 자료를 수사에 활용한 건수는 전국 검찰청을 통틀어 1413건으로, 가장 규모가 큰 서울중앙지검도 98건에 그쳤다. 진보네트워크의 장여경 정책국장은 “수사기관이 별다른 필요성도 없이 채취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엔에이 정보가 개인의 인격권과 관련된 가장 민감도 높은 정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 상황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데이터베이스 축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활용 건수로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디엔에이 채취로 범죄 억제 효과를 누리는 것을 생각하면 실효성이 없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항변했다.

채취 범위를 두고도 논란은 이어진다. 절도범과 폭행범 등 ‘잡범’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생체정보 수집에 만만한 잡범들만 동원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기관은 폭력과 방화 혐의를 이유로 쌍용자동차 파업 농성자와 용산참사 철거민의 디엔에이 시료를 채취하기도 했다. 또 검찰은 유죄가 확정된 수형자뿐 아니라, 구속 피의자 2386명과 선고유예자 20명한테서도 디엔에이 시료를 채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신훈민 변호사는 “죄가 매우 경미하거나 피고인이 깊이 반성하는 경우에 선고유예 판결이 나온다. 이런 선고유예자한테서 재범 가능성을 전제로 디엔에이 시료를 채취하는 것은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채취된 시료 가운데 법원의 영장에 의한 채취는 0.4%에 그치고 동의서에 의한 채취가 99.6%로 절대다수를 차지한 것도 논란거리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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