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세훈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다음카카오 합병 코스닥 상장 행사에서 상장을 알리는 북을 치고 있다. 다음 주가는 이날 급등세를 보이며, 전날보다 8.33% 오른 13만91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연합뉴스
수사기관-포털·통신업체
정보 요구하면 내주던 ‘15년 밀월’
다음카카오 반란 확산 촉각
“길게 보면 옳은 방향으로 가는 진통”
수사-사생활보호 균형찾는 계기로
정보 요구하면 내주던 ‘15년 밀월’
다음카카오 반란 확산 촉각
“길게 보면 옳은 방향으로 가는 진통”
수사-사생활보호 균형찾는 계기로
사이버 사찰 논란의 중심에 선 다음카카오가 감청영장 집행과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에 대해 ‘최소 정보 제공’ 방침을 밝히자, 검찰 등 수사기관은 “현실적으로 영장 집행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김진태 검찰총장까지 공개적으로 “법치국가”, “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는 사이버 검열” 등을 언급하며 사기업 대표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법조계 일부와 정보인권 전문가들은 통신기술 발전을 못 따라가는 수사기관과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해진 포털·통신업체 사이의 ‘밀월 관계’가 깨지기 시작했다고 본다. ‘영장 하나로 온갖 정보를 쓸어담는’ 아날로그 수사기법을 고수하기가 어려워진 만큼 수사 과정에서 엉뚱한 개인들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요청하면 퍼주던’ 15년 밀월
1990년대 말 초고속인터넷망이 가정에까지 깔리며 인터넷 관련 범죄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당시 수사기관들은 피의자 관련 인적 사항을 전화 한통 또는 공문 한장으로 해결했다. 검사 출신인 금태섭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당시에는 대개 전화로 물어보면 인적 사항이나 통신 내역을 알려줬다. 조금 까다롭게 구는 경우에도 공문을 보내면 해결됐다”고 했다. 수사기관은 물론 통신·인터넷 운영 업체들의 개인정보 보호 인식이 희박했기 때문이다.
이런 수사관행이 논란이 되자 대법원은 2000년 3월 감청영장에 대한 법원의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증거수집이 불가능한 상황 등으로 허가 요건을 좁히고 피의자 본인이 아닌 제3자에 대한 감청이나 장기간 감청 등에 ‘일부기각 제도’를 적극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전자우편 등은 통신비밀보호법이 적용되는 ‘송수신 중인 통신’이 아닌 ‘송수신이 끝난 물건’이라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이 일반화하면서, 포털업체 등은 가입자들이 불과 며칠 전에 주고받은 내용들을 사실상 실시간으로 수사기관에 내주기 시작했다.
검찰과 경찰은 경쟁적으로 사이버 수사 조직과 인력, 장비, 예산을 늘렸다. 그런데도 최소한의 수사 대상자도 특정하지 않은 채 일단 그물을 던져놓고 걸리면 잡는 ‘운칠기삼’ 식 수사관행은 계속됐다. 2010년에는 ‘기지국 수사’ 방식이 논란이 됐다. 이는 수사기관이 특정 기지국을 거쳐 통화가 이뤄진 휴대전화 가입자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무작위로 제공받는 방식이다. 범죄 주변 지역에서 통화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사기관이 시민들의 통신비밀을 들여다보는 손쉬운 수사 방식이었다. 2009년 상반기 기지국 수사 방식으로 2159만여건, 하반기에 1557만여건의 통화기록이 수사기관에 넘어갔다. 이는 2008년 하반기 23만6000여건의 67배에 이르는 수치였는데, 수사 1건당 1만개가 넘는 전화번호가 수사기관에 제공됐다. 경찰 등은 통신비밀보호법이 규정한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통지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 법원이 영장 꼼꼼히 걸러야
스마트폰·모바일 시대가 열린 뒤 수사기관들의 편의적 수사관행은 더욱 노골화됐다. 최근 논란이 된 카카오톡 대화방, 네이버 밴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앱까지 시민들이 접속하는 모든 것이 수사 단서로 손쉽게 동원됐다.
검찰 등은 다음카카오의 ‘반란’이 확산할 경우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범죄를 수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반발한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14일 “수사 과정의 사생활 침해는 최소화해야 하지만, 법원 영장까지 발부받은 국가 형사 작용을 무작정 백안시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 영장 만능주의’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대법원은 2000년 3월 감청영장 심사를 강화하면서 계좌추적영장에 대해서도 ‘투망식 계좌추적영장’은 기각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수사기관은 특정인의 계좌와 연결된 다른 계좌들을 무한정 들여다볼 수 있는 ‘백지위임’ 식 포괄영장을 관행처럼 청구해왔고, 법원도 이를 그대로 받아줬다. 하지만 이른바 ‘디제이 비자금 사건’ 등에서 마구잡이 계좌추적이 문제가 되자 법원이 계좌추적의 구체적 사유, 계좌 명의자와 피의자의 관계, 계좌번호, 은행,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도록 영장 청구요건을 엄격하게 바꾼 것이다. 결국 검찰은 계좌추적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하고 금융정보분석원(FIU) 등의 제도적 도움을 받는 등 계좌추적 수사기법을 정교화할 수밖에 없었다.
‘사이버 사찰’ 논란을 겪으면서, 수사기관 내부에서도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수사의 목적을 달성하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사장급 검찰 간부는 “부풀려진 측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사회가 옳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진통이 아닐까 싶다. 검찰도 수사 과정의 사생활 정보를 최소화하고, 지나치게 압수수색에 의존하지 않도록 수사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선 경찰서의 수사과장은 “기업이 수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 우리가 그 환경에 적응해 나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최진녕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카카오톡 대화방 등에서 범죄 혐의를 특정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포괄적인 압수수색영장에 대해 법조계 전반이 중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 뉴미디어에 대한 압수수색 방식을 어떻게 개선할지 기술적 문제와 법적 문제를 함께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송호균 노현웅 서영지 이재욱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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