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82일째인 14일 서울광장 세월호 합동분향소에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노란 종이배에 ‘공화당, 안전한 대한민국’이라고 적힌 검은 리본이 달려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 대통령 제부, 분향소서 ‘검은 리본’ 추모
추모 뜻 외엔 없다지만…누리꾼들 비난 봇물
추모 뜻 외엔 없다지만…누리꾼들 비난 봇물
장례식장에 찾아가 굳이 상주와 다른 ‘방식’의 예를 갖추는 사람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서울시청 앞 추모 분향소에 검은색 리본이 달렸다. 노란 리본 물결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검은 리본들의 출처는 과연 누구일까. 검은색 바탕에 하얀색으로 적혀 있는 글씨를 보면 주인공들을 금세 알 수 있다.
‘근조, 안전한 대한민국, 공화당.’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근령씨의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와 일행들이다.
신 총재는 지난 10일 분향소에 분향을 하고 이 검정리본들을 달았다. 15일 공화당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그 이유를 물어봤다. “생존자들이 남아 있을 땐 몰라도 이젠 (나머지 실종자들이) 돌아가셨다고 봅니다. 특별법도 타결되고 해서 보통 상례에 쓰는 검은색 리본을 달았습니다. 다른 정치적인 의도는 없어요.”
공화당은 “추모의 뜻 외엔 없다”고 설명하지만 미심쩍은 시선을 거두긴 어렵다. 신 총재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줄곧 ‘희생자 유가족들 뒤에 불순 세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유가족들이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이어왔다. 지난달 1일엔 “김영오씨의 단식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겠다. 물과 소금만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아보겠다”며 동료 5명과 함께 ‘세월호 단식 실체규명 실험 단식’을 시작했다. <한겨레>는 지난 2일 이들이 ‘실험 단식’을 시작한 당일 6명 중 최재진씨와 차재용씨 등 2명이 “혈압이 상승하고 어지럼증이 심해” 즉시 단식을 포기했다는 현장 소식을 전했다. ( ▷ 관련 기사 : 박 대통령 제부는 왜 청계천 밑에서 단식을 할까 )
이들이 분향소에 검정리본을 단 지난 10일은 ‘실험 단식’을 시작한 지 40일째 되던 날이었다. 지금도 단식은 계속하고 있을까? 공화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나머지 3명도 중간에 단식을 그만뒀고, 신 총재만 물과 소금만 먹는 단식을 계속 하다가 단식 27일 쯤에 쇼크가 오기 시작해 의사 권유로 물과 소금만 먹는 단식은 중단했다”며 “28일 차부터 효소 단식을 하며 압축된 영양분들을 섭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정리본을 단 지난 10일은 신 총재 일행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며 단식 도보 행진을 시작한 날이기도 했다. 신 총재는 도보 행진 출정식으로 마치고 부인 박근령씨, 도보단식팀원들과 함께 분향을 했다. 80일 여정으로 팽목항, 부산, 강릉을 거쳐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다. 신 총재 일행은 이날 안산합동분향소와 단원고에도 방문해 추모하고 검은 리본을 달았고 도보 행진 중에도 노란 리본이 달린 분향소에 검은 리본을 달고 있다.
신 총재는 지난 5월 “박정희 대통령 각하의 정치철학과 사상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공화당을 창당하면서 “종북세력이 노란 물결로 대한민국을 전복시키고 현 정부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은 리본을 달자는 주장은 그때부터 나왔다.
세월호 참사 대책위원회는 일단 지켜보겠다고 했다. 공화당이 추모를 하면서 적어도 겉으로 내세운 주장이나 행동이 대책위나 유가족을 향한 비난이나 폄하로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누리꾼들은 “행패를 부리고 있다”며 이들을 비난한다. 이들이 그동안 해온 주장이나 행동들에 비춰 순수한 추모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노란 리본을 종북세력의 음모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이 박근혜의 제부 신동욱이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10명이나 남았다. 그냥 묻어버릴 생각인가”, “자기들이 한 짓을 덮기 위해 검은색에 집착하고 있다” 등의 비판들이 나왔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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