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지난해 12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유한숙(사망 당시 71)씨의 맏아들 유동환(45)씨가 지난 3월4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부친의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고 유한숙씨…유족·대책위 “더 미룰 수 없다”
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다가 지난해 말음독 자살한 주민의 장례식이 10개월 만에 치러진다.
15일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송전탑 반대 주민 유한숙(당시 74)씨 장례식이 오는 22일 오전 9시 밀양시내에서 열린다.
장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고인이 살던 상동면 고정마을 삼거리에서 거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 유족과 반대 대책위원회 측은 최근 밀양시에 시청 잔디광장을 이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시는 공공 청사를 개인 영결식 장소로 쓸 수 없다며 거절했다.
밀양시는 유씨 유족 등이 요구한 ‘시장 추도사’에 대해서도 “고인이 시민을 위한 헌신적인 공적을 남겼다고 보기 어렵다”며 힘들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지난해 12월2일 음독했다가 나흘 만에 숨진 유씨 장례식을 이달 치르기로 결정한 데 대해 유족은 “더는 장례를 미룰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족 측은 “밀양 송전탑이 지난 9월 사실상 완공된 상황에서 정부나 한전의 변화를 유도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알았다”며 “아버지가 사망한 지 1년이 다 돼가는데 장례를 더는 미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유족은 유씨 사망 이후 정부와 한전 측 책임을 주장하며 유씨 시신을 밀양시내 한 장례식장에 안치해두고 장례식을 미뤄왔다.
한전 측은 “한전이 사죄나 보상을 하는 것과는 관련 없는 문제지만 송전탑이 지나는 마을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도의적으로 장례를 빨리 치를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며 “유족에게 위로금을 지급할 예정이고 정확한 액수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전은 밀양 부북·상동·단장·산외면에 765㎸ 송전탑 52기를 세우는 공사를 지난 9월 말 모두 마무리했다. 2008년 8월 착공 이후 공사 중단과 재개를 11차례 반복하다가 지난해 10월 공사를 다시 시작한 지 1년여 만이다.
지난 8월 시작한 가선 작업(탑과 탑 사이 송전선로를 거는 것)은 오는 11월 끝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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