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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그녀의 ‘침묵 행진’…600명 카톡 정보가 털렸다

등록 2014-10-15 14:22수정 2014-10-20 20:14

5월18일 서울시청 앞에서 침묵시위를 하는 용혜인씨의 모습.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5월18일 서울시청 앞에서 침묵시위를 하는 용혜인씨의 모습.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가만히 있으라’ 기획한 대학생 용혜인씨 인터뷰
같이 수업 듣는 조원들·한번 인사 나눈 사람들,
개인정보·대화내역·사진·동영상·위치정보까지 압수
“내가 흉악범인가…이젠 사적 대화하다가도 멈칫”
경찰이 세월호 참사 이후 ‘가만히 있으라’ 침묵시위를 제안했던 대학생과 지인들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까지 광범위하게 들여다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15일 ‘가만히 있으라’ 침묵시위를 제안했던 대학생 용혜인(25)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용씨는 지난 6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침묵 행진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용씨를 연행한 뒤,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5월10일부터 21일까지 열흘에 이르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모두 열어봤다.

경찰이 실시한 압수수색 목록은 광범위했다. 휴대전화 단말기를 포함해 맥 어드레스(MAC address)까지 포함됐다. 맥 어드레스는 개인의 휴대전화를 식별하기 위해 부여된 고유번호다. 맥 어드레스를 알게 되면 휴대전화 소유자의 개인정보 수집이 가능하다. 기지국 접속위치 등을 통해 사용자의 이동 경로를 알 수 있다. 또 용씨와 대화를 했던 상대방의 개인정보와 주고받은 사진, 동영상까지 압수수색 내용에 포함됐다. 범죄 혐의를 기반으로 압수수색을 한 게 아니라, 광범위한 대화 내용을 통해 범죄 솎아내기식 압수수색을 한 셈이다.

용씨는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학생이라서 같은 수업을 듣고, 발표 준비하는 조원들이 단체 카톡방을 쓰기 때문에 그런 친구들을 포함해서 600명 정도와 대화를 나눴다. ‘가만히 있으라’ 침묵 행진을 진행했을 때 처음 만난 사람들도 있었다”며 “저와 대화를 나눈 분들 중에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모르고 있는 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 이후 용씨는 카카오톡으로 나누는 대화가 꺼림칙해 다른 메신저를 사용한다고 했다.

아래는 대학생 용혜인와씨 전화 인터뷰 일문일답

카카오톡 내용을 압수수색 당한 이유가 뭔가?

=세월호 이후에 ‘가만히 있으라’라는 침묵행진을 진행했다. 5월18일, 광화문 집회 때 100여명이 연행됐는데, 거기에 나도 포함됐다. 그 사건으로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됐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6월11일 60만인 대회에서 또 연행됐다. 그때 서울 은평경찰서 유치장에 있었는데, 경찰이 찾아와서 휴대전화 단말기와 카카오톡 서버에 남아있는 내용을 압수수색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어땠나?

=살면서 압수수색 당할 일이 없을 것 같았는데, 압수수색 내용이 광범위하게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압수수색 당한 시기는 언제인가?

=영장 발부 날짜는 5월24일이고 유효기간은 6월20일까지였다. 압수 대상 기간은 5월12일부터 21일까지다. 열흘쯤 되는 기간이다.

-내용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휴대전화 단말기, 카카오톡 본사 서버에 저장돼 있는 용혜인과 대화한 상대방과 그 개인정보, 대화 내역까지 광범위하게 압수수색 범위에 포함됐다. 뿐만 아니라, 상대방과 주고받은 사진과 동영상, 전화번호, 접속 아이피, 스마트폰에서 위치정보를 전송할 때 위도·경도와 함께 보내는 맥 어드레스(MAC address)까지 포함됐다.

-압수수색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

=카카오톡에서 대화를 나눈 사람이 많다. 대학생이라서 같은 수업을 듣고 발표 준비하는 조원들이 단체 카톡방을 쓰기 때문에 그런 친구들을 포함해서 600명 정도와 대화를 나눴다. ‘가만히 있으라’ 침묵 행진을 진행했을 때 처음 만난 사람들도 있었다. 저와 대화를 나눈 분들 중에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모르는 분도 있을 것이다.

-압수수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흉악범도 아니고 집시법 위반인데, 혐의와 상관없는 내용까지 압수수색을 했다. 더 큰 문제는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광범위하게 개인정보를 압수수색 당했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는 테러범같이 중대한 범죄자의 경우만 압수수색을 한다고 들었다. 맥 어드레스 정보만 있으면 위치를 추적할 수 있고, 감청도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압수수색 뒤의 생활은 어떤가?

=어쩔 수 없이 카카오톡을 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기 때문에 안 쓰면 불편하다. 카톡으로 대화하다가 멈칫하는 순간이 있다. 사적인 내용을 나눌 때는 스스로 검열하게 되고, 특히 동선을 알 수 있는 대화는 꺼림직하다. 친구의 추천으로 7월부터 텔레그램을 쓰고 있고, 상황에 따라 다른 메신저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똑같은 일을 당한다면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겠나?

=사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지 이해도 안 됐지만, 개인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광범위한 개인정보가 포함된 압수수색 영장이 너무 쉽게 발부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사회단체에서 함께 대응해주면 좋겠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용혜인씨의 휴대전화와 카카오톡 계정에 대해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 앞면.
용혜인씨의 휴대전화와 카카오톡 계정에 대해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 앞면.

용혜인씨의 휴대전화와 카카오톡 계정에 대해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 뒷면.
용혜인씨의 휴대전화와 카카오톡 계정에 대해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 뒷면.

이호진 프란치스코 “세월호와 같은 희생자 없게 우리 손에서 끊어야” [한겨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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