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와 관련해 사과하며 고개숙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현장에서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지난 13일 저녁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용자 프라이버시(사생활) 보호를 위해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을 받더라도 감청 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 카카오톡 이용자들은 “늦었지만 환영한다. 문제는 권력기관인 국가정보원과 검찰 등을 상대로 어떻게 이를 실천할 것이냐다”는 반응을 보였다. “급하니까 일단 지르고 본 것 아니냐”, “세무조사 등을 동원해 압박할텐데 어찌 견딜꼬”, “14일로 예정됐던 다음카카오 재상장을 위한 쇼 아니냐” 같은 냉소적인 반응도 많았다.
네이버와 통신3사 등 정보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을 받는다는 점에서 같은 처지의 다른 통신사업자(전기통신사업법상 다음카카오와 네이버는 부가통신사업자)들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선수’를 빼앗긴데다, 따라야 할 지 말아야 할 지란 숙제를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네이버 쪽은 “무척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우리라고 고객 개인정보 보호 의지가 없어 정보수사기관에 협조하고 있겠느냐. 어쨋건 다음카카오의 용기는 박수 받을 만 하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이용자들과 인터넷·통신업계 모두 ‘실천’을 주문하는 모습이다. 냉소적인 반응도 사실은 실천되지 못하면 어찌하나 하는 우려를 담고 있다. 마침 인터넷기업협회도 회원사들과 함께 다음카카오와 공동보조를 맞출 뜻을 밝혔다. 인터넷기업협회 최성진 국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회원사들과 함께 공동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법은 지키되, 제도와 절차 개선 및 투명화를 통해 이용자 개인정보 및 프라이버시(사생활) 보호 수준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음주쯤 공동대응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해석과 논란이 있지만, 권력기관에 밉보이면 후환을 걱정해야 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일개 통신사업자가 국가정보원과 검찰 등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협조 불응’을 선언하기란 쉽지 않다. 다음카카오는 정보수사기관의 영장 및 정보제공 요청 내역을 정기적으로 낱낱이 공개하겠다는 으름장도 놨다. 앞서 다음카카오 출범 당일 “검찰이 부르니 안갈 수 없는 것 아니냐”, “서비스 사업자는 정부의 정당한 법 집행에 따라야 한다고 본다”고 말하는 등 이른바 ‘사이버 검열’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가 ‘사이버 망명’ 사태를 불렀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만큼 절박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카카오는 밖으로는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안으로는 신용카드 간편결제와 카카오 선물하기 기능을 도입하는 등 생활정보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이용자의 신뢰를 잃거나, 이용자한테 불안감을 주거나, 이용자 눈높이와 어긋나거나 해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이용자들의 반응에서도 보듯, 남은 과제는 실천이다. 다음카카오가 감청 영장 불응과 함께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보보호위원회’를 통한 압수수색 영장 검증 노력 등을 게을리할 경우, 그동안의 사과와 발표 모두 거짓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잖아도 사과를 한다고 하면서 압수수색 영장 집행 때 어떤 정보를 제공했는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점을 두고 뒷말이 많다. 한번 더 이용자 눈높이와 어긋나면 카카오톡은 말 그대로 ‘끝’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보수사기관의 화답까지 기대하면 무리일까.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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