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반년째 진도서 생활
자원봉사·의료지원도 줄어
“그만하라고 말하는 것 알지만
제발 가족 입장 이해해주세요”
자원봉사·의료지원도 줄어
“그만하라고 말하는 것 알지만
제발 가족 입장 이해해주세요”
황인열(51)씨는 외동딸 황지현(16)양이 집에서 입던 옷을 진도실내체육관에 가져다뒀다. 딸의 체온을 느낄 수는 없지만 옷이라도 옆에 둬야 티끌만큼이라도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진학 후 선택과목인 중국어를 재밌어하던 딸의 모습이 선한데 곁에 없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7월 진도 앞바다에서 딸의 가방과 옷, 지갑을 찾았지만 정작 딸은 찾지 못했다.
“이미 천국에 갔는지 우리 부부 꿈에 지현이가 아직 한번도 안 나왔어요. 어떨 때는 서운하기도 해요. 꿈에서라도 나타나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는데. 뼈라도 찾아서 보내주고 싶은데….” 15일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황씨의 목소리는 작았다. 경기 안산의 제조업체에 다니던 황씨는 반년째 휴직 중이다.
10명의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가 난 ‘4월16일’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실종자는 황씨의 딸 지현양을 포함해 단원고 학생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단원고 교사 양승진 고창석, 일반인 승객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씨 10명이다. 실종자들의 아홉 가족 중 팽목항에 거처를 정한 두 가족을 제외하고 일곱 가족은 체육관에 계속 머물고 있다.
가을 들어 수색은 답보 상태다. 지난달 수중수색은 21일간만 이뤄졌다. 이번 달에는 태풍 2개를 피하느라 15일까지 7일간만 수색했다. 수색 바지선은 태풍 봉풍의 영향으로 피항했다가 전날에야 복귀했다. 주검이나마 영영 건지지 못할까 하는 걱정에 실종자 가족들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계절이 겨울로 넘어가면 수색을 계속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했다.
“할 만큼 했으니 그만하라고 말하는 일부 국민들이 있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 제발 가족 입장에서 이해해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반년이 지나도 황씨는 여전히 자주 울고 자주 잠에서 깬다. 책 읽는 걸 좋아한 딸이 떠올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읽는 책만 봐도 마음이 괴롭다고 한다.
동생 권재근(52)씨와 조카 혁규(6)군을 기다리는 권오복(59)씨도 4월16일 이후로 한번도 진도를 떠나지 않았다. 서울 신도림동에서 운영하는 작은 가게는 부인이 혼자 맡아 본다. 자원봉사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 의료지원이 나빠지자, 권씨는 14일 직접 진도군청을 찾아가 의약품 조달을 건의하고 돌아왔다. 위가 좋지 않아 약을 먹지만 괴로움에 술을 자주 입에 댄다. 권씨는 “기다림의 끝을 알 수가 없어 답답하지만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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