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전문가들 조언
“모든 진실을 알려주는 게 중요”
“모든 진실을 알려주는 게 중요”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있는 것은 세상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딛고, 학생들이 성장하며 꿈을 키우는 학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데 힘을 실어주려면 사회적 갈등을 떠나 순수한 응원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경기도 안산 단원고에 상주하며 ‘스쿨닥터’로 활동하고 있는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김은지 교수(경북대병원)는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있는 상태를 심리치료적 용어로 ‘베이직 트러스트’(basic trust)라고 하는데, 단원고 학생들은 큰 사고를 겪고 어렵게 탈출하는 과정에서 베이직 트러스트가 손상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생존 학생들이 학교에 복귀한 뒤 많은 노력을 통해 학교 분위기 자체는 안정돼 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침습사고(원치 않는 생각이 자꾸 떠오르는 것), 멍한 증상, 우울감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어 지속적인 관찰 및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학생들의 상태를 설명했다.
생존 학생과 친구, 유족 등의 심리치료를 담당해온 고영훈 안산정신건강센터장(안산 고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생존 학생 대다수가 급성기는 넘겼지만 10% 정도는 아직도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희생된) 친구들의 빈자리가 두드러지게 보이면서 그동안의 우울과 불안 증세가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게 걱정스럽다. 다양한 계층과 조직이 효율적 시스템을 구축해 이들에게 접근해야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고 교수는 이어 “학생들의 상황 등에 대해 교육현장에서 면밀한 관찰이 이뤄지고, 관찰 결과가 의료진과 유기적으로 공유돼야 더욱 효과적인 심리 치료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위로와 관찰, 상담만으로는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신분석클리닉 ‘닛부타의 숲’ 이승욱 대표는 “도대체 왜, 누구 때문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는지도 설명하지 못하면서 아이들에게 슬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식의 심리 상담 치료를 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생존 학생들의 분노나 슬픔의 표출을 강제로 틀어막으려 하지 말고 이들이 궁금해하는 모든 진실을 먼저 해소해주고 사회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안산/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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