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박근혜 정부 사이버 정치사찰, 국민감시 중단과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철도노조 파업 때 경찰로부터 네이버 ‘밴드’ 압수수색 통지문을 받았다는 박세증 민주노총 철도노조 청량리기관차지부 승무지부장(왼쪽 둘째)이 자기 검열을 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사이버 정치사찰’ 긴급토론회
“메신저도 감청에 준해
엄격한 조건 아래 영장 발부해야”
대학생 용혜인씨 카톡
경찰이 들여다본 사실 드러나
“메신저도 감청에 준해
엄격한 조건 아래 영장 발부해야”
대학생 용혜인씨 카톡
경찰이 들여다본 사실 드러나
‘사이버 사찰’ 논란을 계기로 첨단 정보통신기술에 맞는 새로운 수사 방식을 고민(<한겨레> 10월15일치 3면)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기존 법률과 수사기법으로는 인권침해 소지가 클 수밖에 없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의 특성을 반영한 압수수색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8개 단체는 15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사이버 정치사찰과 국민감시 대응’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대화 내용을 확보하려는 수사기관이 감청과 압수수색 대상을 ‘송수신 완료 여부’로만 기계적으로 구별하는 것은 메신저 서비스의 기술적 특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톡 등의 대화 내용은 ‘송수신이 끝난 저장물’로 간주되기 때문에 통신비밀보호법의 ‘실시간 감청’이 아니라 일반 서류 등을 확보할 때 적용하는 압수수색 대상이 된다. 토론자인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송수신이 완료된 경우라도 아직 읽지 않은 수신자가 있을 수 있다. 전자우편과 메신저도 감청에 준해 ‘다른 방법으로는 증거 수집이 어려울 때’ 등 엄격한 조건 아래에서 영장이 발부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이 압수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3000여명이 연결돼 있었는데, 이들 가운데 일부가 메시지를 보지 않았다면 이는 ‘송수신 완료’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수사기관이 하드디스크 압수수색 방식으로 전자우편과 메신저 대화 내용을 가져가는데, 이럴 경우 압수수색 대상을 좁히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없이 범죄 혐의와 무관한 정보까지 쓸어가는 ‘포괄적 압수수색’ 관행을 더는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토론자인 조영선 변호사는 “정진우 부대표의 경우 정작 압수수색한 6월10일자 카카오톡 내용은 재판에 증거물로도 제출되지 않았다. 검찰과 경찰이 이 자료를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업체 서버에 이미 저장된 대화 내용을 수사기관이 가져가는 것은 수사상 비밀이 요구되는 감청과는 다르기 때문에, 압수수색 때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반적인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는 사전에 날짜와 장소를 고지하고 당사자나 변호인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앞서 참석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헌법소원 등으로 법원의 압수수색 허가 관행을 바로잡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이 세월호 참사 이후 ‘가만히 있으라’ 침묵시위를 제안했던 대학생 용혜인(25)씨가 수백명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들여다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용씨는 6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침묵행진을 벌이다 연행됐는데, 경찰은 5월10~21일 사이 용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용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같은 수업을 듣거나 같은 조에서 발표하는 사람들이 단체 카톡방을 쓴다. 그런 친구들을 포함해서 600명 정도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서영지 박수진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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