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정자역 신분당선 6번 출구 뒤쪽 인도 20여m 전체에 설치된 환풍구를 피해 시민들이 도로 쪽으로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다. 성남 /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그렇게 위험한 줄 몰랐다”
인도 한복판 환풍구 돌아서 가
무심코 밟고 가는 이들도
“앞으론 조심해야겠다” 경각심
서울 지하철 환기구 2418개
74%가 인도에 설치돼 있어
“보행 전제로 설계 안심해도 돼”
인도 한복판 환풍구 돌아서 가
무심코 밟고 가는 이들도
“앞으론 조심해야겠다” 경각심
서울 지하철 환기구 2418개
74%가 인도에 설치돼 있어
“보행 전제로 설계 안심해도 돼”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참사 뒤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환풍구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유모차를 밀며 무심코 환풍구 위를 지나던 시민들도 새삼 자기 발밑을 살피기 시작했다.
19일 낮 서울 지하철 1·3·5호선 환승역인 종로3가역 지상출입구(2-1) 앞. 지하철 환풍구가 너비 7m 정도인 인도 중 4m가량을 차지해, 시민들은 환풍구를 피해 어깨를 부딪히며 길을 지났다. 신창이(44)씨는 “판교 사고 뒤 아무래도 불안하다. 안전 펜스를 세우든지, 보행자 이동 때문에 안 된다면 내려앉지 않도록 튼튼하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내와 자녀 2명을 데리고 비좁은 길을 지나던 김아무개(38)씨는 “사고 전에는 환풍구 밑이 그렇게 깊은지 몰랐다. 안전하게 아예 공사를 새로 하든지 최소한 ‘올라가면 안 된다’는 주의 문구라도 눈에 띄게 붙여놨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무심코 환풍구 위를 밟고 가는 이들도 여전히 있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6번 출구 앞 인도. 어른 발목 높이의 지하철 환풍구는 가로 1.5m, 세로 3m 정도로 크지 않았지만 깊이는 족히 7~8m는 돼 보였다. 박경덕(48)씨는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 기사는 봤는데, 별생각 없이 밟고 지나갔다. 앞으로는 주의하려고 한다”고 했다. 근처 세종문화회관 인근 보도에 설치된 어른 허리 높이의 돌출형 환풍구 외벽에 걸터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대학생 이아무개(23)씨는 “그냥 앉아 있는 정도는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면서도, 환풍구 아래를 내려다본 뒤 “깊이가 아찔하긴 하다. 조심해야겠다”고 했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현재 서울시내 지하철 1~9호선 환풍구는 모두 2418개다. 973개(40.2%)가 높이 1.2m 미만이다. 하지만 인도에 설치된 1777개(73.5%)는 보행을 전제로 설계 기준이 마련됐기 때문에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쪽은 “환풍구 덮개 1㎡당 성인 5명(35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한다. 자동차가 지나다녀도 문제없다”고 했다.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도 “환풍구 덮개 1㎡당 하중 500㎏을 견디도록 설계됐다. 지하철 환풍구는 일반 건물 지하 환풍구와는 완전히 다른 설계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했다. 서울시는 보행권 확보를 위해 인도에 설치된 돌출형 환풍구를 걷기 편하게 보도면에 맞추는 개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판교 사고 이후로 안전불감증에 대한 지적이 일면서 ‘철제 환풍구도 다시 두드려 보는’ 안전점검에 들어갔다. 도시철도공사는 157개 역의 1245개 환기구를 관리하고 있다. 도시철도공사 양명직 대리는 “판교 사고 뒤 ‘환풍구가 위험하니 올라가지 말라’는 안내문을 환기구 900여곳에 부착했다. 앞으로 안전시설물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했다. 서울메트로의 지하철 2호선 삼성역 1번 출구 앞에는 깊이 7~8m 정도의 환풍구가 있다. 역무원 김태훈씨는 “판교 사고 이전에는 위험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동안 담배꽁초를 버리지 말라는 계도만 해왔는데 이제부터는 경고 안내문을 붙일 계획”이라고 했다.
대형건물 환풍구는 사각지대
“별도 자료 없거나 안전점검 안해”
국토부 일제점검 뒤 보완 지시
지하철 환풍구와 달리 판교 참사처럼 도심 대형 건물 등에 설치된 대형 환풍구는 여전히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서울시는 건물에 딸린 환풍구에 대해서는 “건물에 부수적인 시설이기 때문에 별도로 자료를 갖고 있거나 안전점검을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마찬가지다. 김선아 낙원돈화문로 도시재생 총괄계획가는 “서울은 지하 공간에 대한 활용도가 높다는 도시적 특성이 있다. 지하 설비로 인해 지상에 설치되는 환풍구는 보행 공간을 고려한 포괄적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18일 환기 구조물과 채광창 등을 일제점검해 문제점이 확인되면 필요한 조처를 취하라고 전국 관계기관에 지시했다. 일제점검 대상은 유동인구가 많은 도로와 공원, 광장, 건축물에 설치된 환풍구와 채광창이다. 서울시 건축기획과 안전관리팀은 “판교 사건처럼 사람들이 환풍구에 올라가는 구조적 문제점이 확인된 이상, 이를 감안한 안전점검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진명선 송호균 박태우 최우리 기자 torani@hani.co.kr
“별도 자료 없거나 안전점검 안해”
국토부 일제점검 뒤 보완 지시
유리 등으로 장식해 높게 돋워 올린 서울 마포구 합정역의 환풍구 벽에 각종 광고지가 붙어 있다. 성남 /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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