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풍구 덮개 붕괴 사고로 16명이 숨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광장의 다른 환풍구 주변에 18일 오전 ‘추락위험’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인근 상인은 사고 직후 환풍구에 안내판이 설치됐다고 밝혔다. 2014.10.18 /성남=연합뉴스
환기구 강도 최대 5배차…바닥형보다 돌출형 더 취약
지하철, 지하도, 건물 지하 등과 연결된 지상 환기구의 상판 강도는 바닥형과 돌출형 사이에 최대 5배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바닥형 환기구의 강도는 ㎡당 4~7명의 어른이 올라서도 될 정도로 튼튼하지만, 돌출형 환기구는 ㎡당 2명 이상의 어른이 올라서면 안 되는 정도로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판교 환기구 붕괴 사고와 관련해 자료를 내어 “돌출형 환기구는 통상 사람이 출입하지 않는 지붕과 같이 봐서 1㎡ 당 100㎏의 무게를 견디는 구조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은 국토부가 고시해 건축물이나 구조물의 벽체, 기둥, 지붕 등에 적용되는 ‘건축구조기준’에 따른 것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돌출형 환기구는 1㎡에 2명의 남자 어른(70㎏ 기준)이 함께 올라서면 안 되는 정도의 약한 강도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해 돌출형 환기구는 사람이 올라서면 안 되는 ‘위험한’ 환기구인 셈이다.
반면, 바닥형 환기구는 사람은 물론이고 차량까지 올라설 수 있도록 튼튼한 구조로 설계·시공돼 있다. 바닥형 환기구는 환기구가 설치된 공지의 용도에 따라 1㎡당 300~500㎏까지 버틸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국토부의 고시에 따르면 사람의 산책할 만한 곳에는 1㎡당 300㎏, 차량이 통행할 만한 곳에는 1㎡당 500㎏를 기준으로 설계·시공하도록 돼 있다. 이 경우, 1㎡당 4~7명의 어른이 올라서도 무너질 위험이 없다. 결국 바닥형 환기구는 비교적 ‘안전한’ 환기구인 셈이다.
예외적으로 지하철의 환기구는 형태와 관계없이 모두 1㎡당 500㎏를 기준으로 설계·시공돼 있다. 그러나 외관상으로 지하철 환기구와 그밖의 환기구를 구분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문제는 시민들이 바닥형과 돌출형 환기구의 강도가 3~5배나 차이가 나는 것을 거의 모른다는 점이다. 돌출형 환기구 가운데는 아예 사람이 올라갈 수 없게 만든 경우도 있으나, 쉽게 올라갈 수 있는 낮은 돌출형 환기구도 많다. 실제로 서울 도심에서는 월드컵 응원 때나 집회·시위 때 수많은 시민들이 낮은 돌출형 환기구에 올라서 왔다. 따라서 이번과 같은 사고를 막으려면 돌출형 환기구를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문 국토부 건축정책과장은 “이번 사고에 따라, 돌출형 환기구의 안전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강도 자체보다는 사람들이 몰린 데 원인이 있으므로 환기구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 바람직해 보인다. 기둥형으로 높게 짓거나 위치·조경·안전 울타리 등을 이용해 접근을 막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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