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유가족의 심정
지난 4월 갑작스러운 ○○의 죽음으로 가족들은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슬픔에 빠져 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재판으로 인해 가족들 모두 ○○로 인한 아픔과 상처를 치유할 시간도 갖지 못한 채 겨우 겨우 버티어 내고 있습니다.
○○가 떠난 지 6개월이 다 되어 가지만 ○○의 부모님은 군복 입은 군인들만 봐도 ○○ 생각에 넋을 잃고 숨이 막혀 쓰러질 정도의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간신히 살아갑니다. 이처럼 가해자들은 ○○의 삶뿐만 아니라 남아있는 가족의 삶도 영원히 송두리째 파괴해 버린 것입니다.
○○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직도 저희 유족들에게는 몹시도 서툴고 무거운 짐으로 느껴집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한 22세의 꿈 많던 젊은이가 인면수심의 가해자들에게 인권을 유린당하고, 짐승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끔찍하고 잔인한 폭력에 희생당한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은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 할 것입니다.
이렇듯 ○○의 일 만으로도 충분히 힘들고 고통스러운데, 사건을 대하는 군의 입장 또한 저희 유족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28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이뤄졌던 3차례의 공판을 보면서 저희 유가족은 재판의 부당함을 느껴 미국 CNN을 비롯한 국내외 방송국과 언론에 알렸고, 국민 모두의 뜻이 모여 우여곡절 끝에 공소장의 사인과 죄명도 좌멸증후군 및 속발성쇼크로 인한 살인죄로 변경되어 이번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있을 이번 선고공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8차례의 공판 과정 중, 가해자는 물론이고 그들의 가족들은 저희 유가족에게 진심어린 사과한번 한적 없었습니다. 오직 본인의 자식을 구하려는 욕심에 섣부른 합의를 요구하는 등 상식이하의 행동들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해자들 또한 반성은커녕 법정에서도 자신의 죄를 가볍게 하려는 후안무치한 거짓말과 변명을 하기에 급급했습니다.
검찰구형이 내려지자 그제 서야 반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가해자들에게 진정한 참회는 더 이상 바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35일간의 구타 가혹행위 후 ○○가 사망하자 이○○ 하○○ 이○○ 유○○는 연천의료원 주차장에 모여 질식사로 사건을 은폐하려 모의합니다. 그리고 28사단 헌병대로 이동하여 입을 맞춘대로 일관되게 거짓말을 하고 부대에 복귀해서도 포대장 김○○에게도 허위진술을 하게 됩니다. 또 부대에 잔류했던 지○○은 앰뷸런스가 나간 직후 16시 43분 당직사령 한○○에게 ○○가 음식을 먹은 후 TV를 보다 갑자기 쓰러졌다며 자발적이고 독자적으로 공범들과 약속이나 한 듯이 거짓말을 합니다.
이 거짓진술들로 인해 그날 밤, 유가족은 엄청난 분노를 느꼈고, 헌병대는 수사에 혼선을 빚게 됩니다. ○○의 심정지 상태에서 이루어진 추악한 거짓말 후에도 이들의 거짓은 계속됩니다. 지○○은 유○○에게 폭행사실을 알리지만, 유○○ 이○○ 하○○ 이○○ 일행은 지○○에게 질식사로 입을 맞출 것을 지시합니다.
지○○은 앰뷸런스가 나간 직후, 지통실에서 의무실로 전화를 걸어 최초 환자의 신원을 확인했던 김○○에게 거짓을 강요하는 치밀한 행동을 한 것을 볼 때, 이들이 검찰구형 후 흘렸던 눈물에서는 티끌만큼의 진실성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사람을 죽여 놓고도 이들의 뻔뻔한 거짓말은 4월 7일 긴급체포 후에도 계속되고 심지어 3군 사령부보통군사법원에서 있었던 피고인 심문 때는 이들의 거짓말들이 극에 달하게 됩니다.
피고인들은 법정에서 위증죄에 대한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주저 없이 선서를 했습니다. 저희는 가해자들이 진실을 밝혀 ○○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유가족들에게 진심어린 반성을 보여 주기를 바랬습니다. 그러나 어떻게든 본인들의 폭행사실은 극구 부인하면서 서로를 헐뜯고 죄를 떠넘기려는 이들의 행위는 지금 드러난 사실들이 빙산의 일각에 불구하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이○○의 경우, 그동안 변호사와 입을 맞춘 듯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다른 피고인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극도로 비겁한 모습을 보여주며 분노하게 했고, 지○○ 역시 재판과는 아무 관련 없는 본인의 가정사, 부모 병력 등을 운운하며 유가족의 마음을 더 괴롭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안티푸라민을 바르고 5번에 걸쳐 속옷을 찢는 성추행과, ○○가 쓰러진 뒤 최후의 일격을 가하고 사망에 이르게 했으면서도 성추행사실은 극구 부인하고 소변을 보고 쓰러진 것이 꾀병인 줄 알았다고 거짓말을 계속함으로써 그의 마음속에 감춰진 추악한 인간성만을 보여주었습니다.
분대장이었던 하○○는, ○○를 안 때리면 자기가 의무반 내에서 이찬희와 다른 후임병들에게 무시당할까봐 어쩔 수 없이 때렸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유가족을 분노하게 했으며, 특히 유○○는 ○○가 보고 있다고 유가족이 오열을 하는데도, 그 모습은 외면한 채 순간의 위기만 피하면 된다는 식으로 거짓에 거짓을 거듭하다가 본인의 거짓말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중언부언하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유가족은 그로 인해 마음에 더욱 더 큰 상처를 입었고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되었습니다.
유○○는 폭행이 용인되는 분위기를 조장하였고 스스로 폭행을 하기도 했으며, 자의적으로 면회를 차단하고, 허위 면담일지를 작성하는 등 사건을 왜곡 은폐하였음은 물론 심지어 지엄한 군사재판에서 위증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반드시 사형보다 더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또한 본인 스스로도 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고백했듯이 사라진 군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그에게 더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 마땅합니다. 그가 이번 10월24일 공판 때 보여준 거짓으로 점철된 비겁하고 추악한 행동은 지금 현재 잘못된 군 부사관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군에 다시는 저런 부사관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경각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도록 시금석이 되는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저희는 이번 구형을 통해 아주 오랜만에 아니 처음으로 군이 우리 국민들의 뜻을 반영했다는 의견을 접했습니다. 하지만 구형일 뿐이지 앞으로의 선고공판의 결과는 누구도 짐작할 수 없습니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다시는 폭행으로 인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초석이 될 수 있는 엄중한 판결을 통해 군의 폭행과 비상식적인 행동이 멈출 수 있기를 바랄뿐입니다. 또한 이미 바닥까지 떨어져버린 군의 신뢰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피고인들에게 죄의 대가를 철저히 내려 주기를 바랍니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이 있듯이, 저희는 부당한 판결이 내려졌을 경우 국민의 힘을 모아 정의로운 판결이 내려지는 날까지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사람은 없는 부당한 판결로 인해 국민들이 분노를 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이 마음 편하게 자식을 군에 보낼 수 있도록, 또한 모든 젊은이들이 주저하지 않고 군에 입대할 수 있도록 이번 판결을 통해 군이 다시 태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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