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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너를 앗아간 세상…힘 없는 부모라 더 미안해

등록 2014-11-04 21:48

잊지 않겠습니다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꿈꾸던 수정에게

사랑하는 나의 딸, 예쁜이 수정아.

네가 있는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고 아픈 데 없지? 넌 항상 목감기가 잘 걸려서 걱정이구나. 네가 떠나고 우리 집은 조용해졌단다. 조잘조잘대던 딸이 없어서 그런가. 네 책상 앞에 놓여 있는 먹다 만 약 봉투, 화장품, 군것질 거리를 보면서 엄마는 또 먼 허공만 쳐다본다. 너를 차가운 곳에 두고 온 미안함과 죄책감 때문에. 엄마는 오늘도 네 책상에 앉아서 널 그리워하며 편지를 쓰네.

수정아, 미안해. 엄마가 그동안 사랑 표현도 못하고 이야기도 많이 들어주지 못해서. 칭찬도 잘 안 해주고 엄하게만 키운 것 같아. 대학생 되면 예쁘게 옷 입고 함께 쇼핑 다니자고 했으면서, 왜 이렇게 엄마 곁을 빨리 떠난 거야? 귀한 내 새끼를 빼앗아간 세상이 원망스럽고, 힘없는 부모라서 너에게 미안해.

우리 수정이는 예쁘고 마음도 착해서 세 딸 중에 가장 믿음직하게 느끼고 살았는데. 이젠 너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싸울 수도 없구나. 항상 오후 4시30분이면 전화가 와서 “엄마”를 세 번씩 부르던 목소리가 그립네.

수정아, 하늘나라에서 항상 웃고 행복하고 건강해야 해. 그리고 남아 있는 가족 잊으면 안 돼.


강수정양은

수학여행을 떠나기 하루 전이었던 4월14일 밤,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집에 돌아온 단원고 2학년 2반 강수정(17)양은 엄마에게 갑자기 “목욕탕에 가자”고 했다. 엄마는 “한밤중에 뭔 목욕탕이냐”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딸의 손에 이끌려 밤 11시께 단둘이 목욕탕에 갔다. 목욕을 한 뒤 바나나우유를 함께 먹으며 수정이는 엄마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단원고에 다니는 같은 학년 남학생인데, 자기가 좋아서 먼저 ‘대시’를 해 성공한 것이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가 난 4월16일, 엄마는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물에 잠겨가는 세월호를 보며 “제발 딸을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하느님은 끝내 그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수정이는 해경이 유리창을 깨고 처음 선체에 진입했던 4월20일, 4층 선실에서 발견됐다. 수학여행을 함께 갔던 수정이의 남자친구도 세월호를 빠져나오지 못했다.

세 딸 가운데 둘째였던 수정이는 엄마, 아빠 생일만 되면 직접 미역국을 끓여주던 착한 아이였다. 늘 아빠 배를 베고 누워 쫑알쫑알 수다를 떨었다. 단원고 3학년인 언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친하게 지냈다. 늘 언니에게 “우리 둘이 대학 가면 내가 살림 다 할 테니까 함께 자취하자”고 했다. 그림을 잘 그렸던 수정이는 웨딩드레스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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