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꿈꾸던 수정에게
사랑하는 나의 딸, 예쁜이 수정아.
네가 있는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고 아픈 데 없지? 넌 항상 목감기가 잘 걸려서 걱정이구나. 네가 떠나고 우리 집은 조용해졌단다. 조잘조잘대던 딸이 없어서 그런가. 네 책상 앞에 놓여 있는 먹다 만 약 봉투, 화장품, 군것질 거리를 보면서 엄마는 또 먼 허공만 쳐다본다. 너를 차가운 곳에 두고 온 미안함과 죄책감 때문에. 엄마는 오늘도 네 책상에 앉아서 널 그리워하며 편지를 쓰네.
수정아, 미안해. 엄마가 그동안 사랑 표현도 못하고 이야기도 많이 들어주지 못해서. 칭찬도 잘 안 해주고 엄하게만 키운 것 같아. 대학생 되면 예쁘게 옷 입고 함께 쇼핑 다니자고 했으면서, 왜 이렇게 엄마 곁을 빨리 떠난 거야? 귀한 내 새끼를 빼앗아간 세상이 원망스럽고, 힘없는 부모라서 너에게 미안해.
우리 수정이는 예쁘고 마음도 착해서 세 딸 중에 가장 믿음직하게 느끼고 살았는데. 이젠 너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싸울 수도 없구나. 항상 오후 4시30분이면 전화가 와서 “엄마”를 세 번씩 부르던 목소리가 그립네.
수정아, 하늘나라에서 항상 웃고 행복하고 건강해야 해. 그리고 남아 있는 가족 잊으면 안 돼.
강수정양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